훈민정음해례
<> 訓民正音解例 <>
※製字解(글자 만들기 풀이)
하늘과 땅의 이치는 하나의 陰陽五行뿐이다.
坤卦와 復卦의 사이가 太極이 되고, 움직이고 멎고 한 뒤가 陰陽이 된다.
무릇 어떤 생물이든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것은 음양을 두고 어디로 가랴? 그러므로 사람의 말소리도 모두 음양의 이치가 있건마는 생각건대 사람들이 살피지 않을 뿐이다.
이제 정음을 만든 것도 처음부터 지혜로써 경영하고 힘써 찾아 낸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소리에 따라서 그 이치를 다하였을 뿐이다.
이치가 이미 둘이 아닌즉 어찌 하늘과 땅과 귀신으로 더불어 그 운용을 같이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음 스물여덟 자는 각각 그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첫소리는 모두 17자인데.
어금닛소릿자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는 모양을 본뜨고,
혓소릿자 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뜨고,
입술소릿자 ㅁ은 입의 모양을 본뜨고,
잇소릿자 ㅅ은 이의 모양을 본뜨고,
목구멍소릿자 ㅇ은 목구멍의 모양을 본떴다.
ㅋ은 ㄱ보다 소리가 좀 세므로 획수를 더하였다.
ㄴ에서 ㄷ,
ㄷ에서 ㅌ,
ㅁ에서 ㅂ,
ㅂ에서 ㅍ,
ㅅ에서 ㅈ,
ㅈ에서 ㅊ,
ㅇ에서 ㆆ,
ㆆ에서 ㅎ이 됨도 그 소리에 좇아 획을 더한 뜻은 다 같되 오직 ㆁ만 다르다.
반혓소릿자 ㄹ, 반잇소릿자 ㅿ도 또한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떳으나, 그 글자 모양을 달리 함이요, 획을 더하는 뜻은 없다.
대저 사람의 말소리가 있는 것도 그 근본은 오행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네 철에 짝지어도 어그러지지 않으며, 이것을 오음에 맞추어도 어긋나지 않는다.
목구멍은 깊숙하고 물기가 있으니 ‘물’에 해당된다.
소리가 비고 거침 없음은 물이 투명하고 맑아 잘 흐르는 것과 같다.
철로는 ‘겨울’이요, 음악으로는 ‘우’다.
어금니는 어긋지고 기니 ‘나무’에 해당된다.
소리는 목구멍소리와 비슷하나 실함은, 마치 나무가 물에서 났으되 모양이 있는 것과 같다. 철로는 ‘봄’이요, 음악으로는 ‘각’이다.
혀는 날카로우며 움직이니 ‘불’에 해당된다.
소리가 구르고 날림은 불이 굴러 퍼지며 날뛰는 것과 같다.
철로는 ‘여름’이요, 음악으로는 ‘치’다.
이는 단단하며 끊으니 ‘쇠’에 해당된다.
소리가 부스러지며 걸림은 쇠가 부스러지고 불려져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철로는 ‘가을’이요, 음악으로는 ‘상’이다.
입술은 모나며 어울리니 ‘흙’에 해당된다.
소리가 머금고 넓음은 마치 땅이 만물을 품어 간직하면서 넓고 큼과 같다. 철로는 ‘늦은 여름’이요, 음악으로는 ‘궁’이다.
그러나 물은 만물을 나게 하는 근원이요, 불은 만물을 이루어 내는 작용이다.
그러므로 오행 가운데 ‘물’과 ‘불’을 큰 것으로 삼는다.
목구멍은 소리를 내는 문이요, 혀는 소리를 분간하는 고동이다.
그러므로 오음 중에서 목구멍소리와 혓소리가 으뜸이 된다.
목구멍은 뒤에 있고 어금니가 그 다음에 있으니 북녘과 동녘의 자리요, 혀와 이가 또 그 다음에 있으니 남녘과 서녘의 자리이다.
입술이 끝에 놓여 있음은, 흙이 정한 자리 없이 네 철에 덧붙여서 왕성함을 뜻한다.
이는 곧 첫소리 속에 스스로 음양과 방위의 수가 있음을 말함이다.
또 말소리의 맑고 흐림으로 말하건대,
ㄱㄷㅂㅈㅅㆆ은 ‘전청’이 되고,
ㅋㅌㅍㅊㅎ은 ‘차청’이 되고,
ㄲㄸㅃㅆㆅ은 ‘전탁’이 되고,
ㆁㄴㅁㅇㄹㅿ은 ‘불청불탁’이 된다.
ㄴㅁㅇ은 그 소리가 가장 세지 않으므로, 차례는 비록 뒤에 있으나, 모양을 본떠 글자를 만듦에 있어서는 이것을 시초로 삼는다.
ㅅ과 ㅈ은 비록 다같이 전청이지만, ㅅ은 ㅈ에 비하여 소리가 세지 않으므로, 또한 글자 만드는 시초로 삼는다.
오직 어금닛소리의 ㆁ은, 비록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고 소리 기운이 코로 나오나 그 소리는 ㅇ소리와 비슷하므로, 운서에서 ㆁ과 ㅇ은 많이 서로 섞이어 쓰인다.
이제 또한 목구멍에서 모양을 취하되 어금닛소리의 글자 만드는 시초로 삼지 않는다.
대개 목구멍은 ‘물’에 속하고 어금니는 ‘나무’에 속하는데, ㆁ은 비록 어금니에 속해 있으나 ㅇ과 서로 비슷함은, 마치 나무의 싹이 물에서 나와서 부드럽고 여리어 아직 물 기운이 많음과 같다.
ㄱ은 나무가 바탕을 이룬 것이요, ㅋ은 나무가 성히 자란 것이며, ㄲ은 나무가 나이 들어 씩씩함이니, 그러므로 이들에 이르러서는 모두 어금니에서 본떴다.
전청을 나란히 쓰면 전탁이 되는 것은, 전청의 소리가 엉기면 전탁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목구멍소리만은 차청이 전탁이 되는데, 그것은 대개 ㆆ은 소리가 깊어서 엉기지 않고, ㅎ은 ㆆ에 비하여 소리가 얕아서 엉기어 전탁이 되기 때문이다.
ㅇ을 입술소리 아래에 이어 쓰면 곧 입술가벼운소리가 되는 것은, 가벼운 소리는 입술이 잠깐 합쳐져 목구멍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가운뎃소리는 모두 11자이다. ㆍ는 혀가 오그라들고 소리는 깊으니, 하늘이 ‘자’에서 열림인데, 그 모양이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다.
ㅡ는 혀가 조금 오그라들고 소리는 깊지도 얕지도 않으니, 땅이 ‘축’에서 열림인데, 그 모양이 평평한 것은 땅을 본뜬 것이다.
ㅣ는 혀가 오그라지지 않고 소리는 얕으니, 사람이 ‘인’에서 남인데, 그 모양이 서 있음은 사람을 본뜬 것이다.
이 아래 여덟 소리(글자)는 하나(어떤 것)는 닫기고 하나(어떤 것)는 열린다. ㅗ는 ㆍ와 같되 입이 오므라지는데, 그 모양은 ㆍ와 ㅡ가 어울려서 이루어진 것이니,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사귄다는 이치를 취한 것이다.
ㅏ는 ㆍ와 같되 입이 벌어지는데 그 모양은 곧 ㅣ와 ㆍ가 어울려 된 것이니, 하늘과 땅의 작용이 사물에서 피어나되 사람을 기다려서 이루어짐을 취한 것이다.
ㅜ는 ㅡ와 같되 입이 오므라지는데, 그 모양은 곧 ㅡ와 ㆍ가 어울려 이루어진 것이니, 또한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사귄다는 이치를 취한 것이다.
ㅓ는 ㅡ와 같되 입이 벌어지는데, 그 모양은 ㆍ와 ㅣ가 어울려 이루어진 것이니, 또한 하늘과 땅의 작용이 사물에서 피어나되 사람을 기다려서 이루어짐을 취한 것이다.
ㅛ는 ㅗ와 같되 ㅣ에서 일어나고, ㅑ는 ㅏ와 같되 ㅣ에서 일어나고, ㅠ는 ㅜ와 같되 ㅣ에서 일어나고, ㅕ는 ㅓ와 같되 ㅣ에서 일어난다.
ㅗㅏㅜ는 하늘과 땅에서 비롯되었으니 ‘처음 나옴’됨이요, ㅛㅑㅠㅕ가 그 동그라미를 둘로 한 것은 그 두 번째 난 뜻을 취한 것이다.
ㅗㅏㅛㅑ의 동그라미가 위와 밖에 있는 것은 그것들이 하늘에서 나서 ‘양’이 되기 때문이고, ㅜㅓㅠ의 동그라미가 아래와 안에 있는 것은 그것들이 땅에서 나와 ‘음’이 되기 때문이다.
ㆍ가 여덟 소리에 다 있는 것은 마치 양이 음을 거느린 만물에 두루 흐름과 같고, ㅛㅑㅠㅕ가 다 사람을 겸한 것은,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 되어 능히 음과 양(하늘과 땅)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 모양을 하늘과 땅과 사람에서 취하니, 삼재의 이치가 갖추어졌도다. 그러나 삼재는 만물의 앞이 되되 하늘은 또 삼재의 시초가 되는 것은, 마치 ㆍㅡㅣ 석 자가 여덟 소리의 머리가 되되, ㆍ가 또한 세 글자의 으뜸이 됨과 같다.
ㅗ가 처음으로 하늘에서 나니 ‘天一生水’의 자리요, ㅏ가 다음에 나니 ‘天三生木’의 자리다.
ㅜ가 처음으로 땅에서 나니, ‘地二生火’의 자리요, ㅓ가 그 다음이니 ‘地四生金’의 자리다.
ㅛ가 하늘에서 다시 나니 ‘天七成火’의 수요, ㅑ가 그 다음이니 ‘天九成金’의 수다. ㅠ가 땅에서 나니 ‘地六成水’의 수요, ㅕ가 그 다음이니 ‘地八成木’의 수다.
물(ㅗㅠ)과 불(ㅛㅜ)은 아직 기에서 떠나지 못하여 음과 양이 서로 사귀어 어울리는 시초이므로 오므라지고, 나무(ㅏㅕ)와 쇠(ㅓㅑ)는 음과 양의 고정된 바탕이므로 펴진다.
ㆍ는 ‘天五生土’의 자리요, ㅡ는 ‘地十成土’의 수다. ㅣ만이 홀로 자리와 수가 없는 것은, 대개 사람은 無極의 정수와 陰陽五行의 정기가 묘하게 어울리어 엉긴 것으로서, 본디 일정한 자리와 成數를 가지고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운뎃소리 속에 또한 스스로 음양, 오행, 방위의 수가 있음을 말한 것이다.
첫소리의 가운뎃소리에 대한 관계를 가지고 설명하기로 한다. 음과 양은 하늘의 이치요, 단단함과 부드러움은 땅의 이치다.
가운뎃소리는 하나는(어떤 것은) 깊고 하나는(어떤 것은) 얕으며, 하나는 오므라지고 하나는 펴진다.
이것은 음양이 나뉘어서 오행의 기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니 하늘의 작용이다.
첫소리는 어떤 것은 허하고 어떤 것은 실하며, 어떤 것은 날름거리고 어떤 것은 걸리며, 어떤 것은 무겁기도 하고 더러는 가벼운데, 이것은 곧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나타나서 오행의 바탕이 이루어진 것이니 땅의 공이다.
가운뎃소리가 깊고 얕고 오므라지고 펴짐으로써 앞에서 소리 나고, 첫소리가 오음의 맑고 흐림으로써 뒤에서 화답하여 첫소리가 되고 끝소리가 되니, 또한 만물이 땅에서 처음 나서 다시 땅으로 돌아감을 볼 수 있다.
첫소리와 가운뎃소리와 끝소리가 어울리어 이루어진 글자로 말한다면, 또한 움직임과 고요함이 서로 뿌리가 되고 음과 양이 사귀어 바뀌는 뜻이 있다.
움직임은 하늘이요, 고요함은 땅이며, 움직임과 고요함을 겸한 것은 사람이다.
대개 오행이 하늘에 있어서는 정신의 움직임이요, 땅에 있어서는 바탕의 이름이요, 사람에게 있어서는 (한편으로는) 어짊, 예도, 믿음, 의리, 슬기와 같은 정신의 움직임이 되고, (한편으로는)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과 같은 바탕의 이름이 된다.
첫소리는 피어나 움직이는 뜻이 있으니 하늘의 일이요, 끝소리는 그쳐 정하는 뜻이 있으니 땅이요, 가운뎃소리는 첫소리의 남을 받고 끝소리의 이루는 데에 접하니 사람의 일이다.
대개 글자의 운(소리)의 중심은 가운뎃소리에 있고, 첫소리와 끝소리가 어울려 소리를 이루니, (이) 또한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고 이루되, 그 마르지어 이루고 보필하여 돕는 것은 반드시 사람에게 힘입음과 같다.
끝소리에 첫소리를 다시 쓰는 것은, 그 움직여서 陽인 것도 乾이요. 고요하여 陰인 것도 또한 乾이니, 건은 실하여 음과 양으로 나뉘어서 주관하고 다스리지 아니함이 없기 때문이다.
태초의 한 기운이 두루 흘러서 다하지 않고, 네 철의 운행이 돌고 돌아 끝이 없다.
그러므로 정해서 다시 원이 되고, 겨울에서 다시 봄이 되는 것이다. 첫소리가 다시 끝소리가 되고, 끝소리가 다시 첫소리가 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은 이치다.
아아, 정음이 만들어지매 천지 만물의 이치가 모두 갖추어지니, 그 신기롭기도 하구나. 이는, 아마도 하늘이 성스러운 임금님의 마음을 열으사 그 손을 빌려 주심인저!
노래로 이르건대,
하늘과 땅의 조화는 본디 하나의 기운이니,
음양과 오행이 서로 처음이 되며 끝이 되네,
만물이 들(하늘과 땅) 사이에서 꼴과 소리 있으되,
근본은 둘이 아니니 ‘理’와 ‘數’로 통하네.
정음의 글자 만들어 그 꼴과 짝지어서,
소리가 거세어짐에 따라 매양 획을 더하였다.
소리는 어금니, 혀, 입술, 이, 목구멍에서 나니,
이것이 첫소리 열 일곱 글자이다.
어금닛소리(글자)는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는 모양을 취하였는데,
오직 ㆁ만은 ㅇ과 비슷하기로 뜻을 취함을 달리하고,
혓소리(글자)는 혀가 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뜨고,
입술소리(글자)는 바로 입모양을 취한 것이고,
잇소리(글자)와 목구멍소리(글자)는 이와 목구멍의 모양을 본떳으니,
이 다섯 자 이치 알면 소리(의 이치)는 절로 밝혀지리.
또, 반혓소리(글자), 반잇소리(글자)가 있는데,
본뜬 것은 같되 모양은 다르다.
ㄴㅁㅅㅇ 소리는 거세지 않으므로,
차례는 비록 뒤이나, 꼴(모양)을 본뜸에 있어서는 처음이 된다.
이는 四時와 沖氣에 짝지어지고,
오행과 오음이 다 들어맞네.
목구멍소리는 ‘물’이 되니 ‘겨울’과 ‘우’요.
어금닛소리는 ‘봄’이며 ‘나무’이니 그 소리는 ‘각’이고,
‘치’음은 ‘여름’이며 ‘불’이니 이는 혓소리요,
잇소리는 곧 ‘상’이며 ‘가을’이니 또한 ‘쇠’이고,
입술소리는 자리나 수가 본디 정해짐이 없어도
‘흙’으로서 ‘늦여름’, ‘궁음’이 된다.
소리에는 또한 절로 맑고 흐림이 있으니,
요컨대 첫소리 날 때에 자세히 살필지라,
전청 소리는 ㄱㄷㅂ이며,
ㅈㅅㆆ도 또한 전청 소리이다.
ㅋㅌㅍㅊㅎ과 같은 것은
오음이 저마다 하나씩 차청이 된 것이다.
전탁의 소리인 ㄲㄸㅃ,
그리고 ㅉㅆ이 있으며 또한 ㆅ이 있다.
전청을 나란히 쓰면 전탁이 되는데,
다만 ㆅ만은 ㅎ으로부터 나와 이는 딴 전청과 같지 아니하다.
ㅇㄴㅁㆁ과 ㄹㅿ은 그 소리가 맑지도 또 흐리지도 않다.
ㅇ을 이어 쓰면 입술가벼운소리가 되는데,
목구멍소리가 많고 입술을 잠깐 합한다.
가운뎃소리 11자도 또한 모양을 본떴는데,
정교한 이치는 쉽게 엿볼 수 없다.
ㆍ는 하늘을 본떠 소리가 가장 깊으니
그러므로 둥근 꼴이 총알 같으며,
ㅡ 소리는 깊지도 않고 얕지도 않아,
그 모양 평평함은 땅을 본떳으며,
ㅣ는 사람이 서 있음을 본떠 그 소리 얕으니,
삼재의 이치가 이에 갖추어졌도다 .
ㅗ는 하늘에서 나서 아직 닫겨 있으나,
모양은 하늘의 둥긂에 땅의 평평함이 어울린 것을 취했고,
ㅏ도 하늘에서 나와 이미 열려 있으니,
사물에서 피어나 사람에서 이루어짐이라,
처음 나는 뜻으로서 둥긂을 하나로 하고,
하늘에서 나와 ‘양’이 되니 위와 밖에 놓인다.
ㅛㅑ는 사람을 겸하여 다시 남이 되니,
두 둥긂을 모양 삼아 그 뜻을 보인다.
ㅜ와 ㅓ와 ㅠ와 ㅕ는 땅에서 나니,
예에 의해 절로 알 것을 어찌 꼭 풀이를 해야 하랴?
ㆍ의 글자 됨이 여덟 소리(글자)에 통해 있음은 하늘의 노릇이 두루 흘러 다님이요.
네 소리(ㅛㅑㅠㅕ)가 사람을 겸함도 또한 까닭이 있으니,
사람(ㅣ)이 하늘과 땅에 참여하여 가장 신령함이로다.
또 세 로리에 대하여 깊은 이치를 캐어 보면, 단단함과 부드럼움, 그리고 음과 양이 절로 있다.
가운뎃소리는 하늘의 작용으로서 음과 양으로 나뉘고, 첫소리는 땅의 공적으로서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나타낸다.
가운뎃소리 부르매 첫소리 화답함은
하늘이 땅보다 먼저이니 자연의 이치어라.
화답하는 것이 첫소리도 되고 또 끝소리도 되니,
만물이 (땅에서) 나서 다시 모두 땅으로 되돌아감이다.
음이 변해 양이 되고 양이 변해 음이 되니,
한번 움직이고 한 번 멎음이 서로 뿌리가 된다.
첫소리는 다시 피어나는 뜻이 있으니,
양의 움직임이 되어서 하늘에 임자 되고
끝소리는 땅에 견주어서 음의 멎음이니,
글자 음이 여기서 그쳐 정해진다.
운(소리)이 이루어지는 사북은 가운뎃소리의 작용에 있나니,
사람이 능히 도와 하늘과 땅이 제 자리를 잡는다.
양의 쓰임은 음에 통하니,
(끝)에 이르러서 펴면 도로 돌아오네,
첫소리와 끝소리가 비록 두 갈래로 나뉜다고 하나,
끝소리에 첫소리를 쓰는 이치 알 만하다.
정음의 글자는 스물여덟뿐이로되,
엉킨 걸 헤쳐 찾고 깊은 기를 다하였네
뜻은 멀되 말은 가까워 백성을 인도하기 쉬우니,
하늘의 주심이라 슬기로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