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 8진(珍)의 주장(主將)이요, 식초는 음식의 총관(摠管)이니 온갖 맛의 장수라. 만약 장맛이 사나우면 비록 진수성찬이라도 조화를 못 이루니 어찌 가벼이 여기랴.
길일(吉日)을 받아 때를 맞춰 담가야 하느니라. 병인, 정묘, 정월달에 있는 우수(雨水), 입동, 황도(黃道)일과 여러 길신일(吉神日)에 담그되, 해돋기 전에 장을 말면 벌레가 안생기고 그믐날 얼굴을 북으로 두고 장을 담가도 벌레가 안생긴다.
또 장독을 태세방(太歲方)으로 앞을 두어도 벌래가 없다. 종은 날에 장 담글 때도 이처럼 때를 가리고 방향을 가려서 법도에 맞게 하면 가시가 안생긴다. 쉬(구데기)이는 건 아무 때나 함부로 담기 때문이다.
소금은 흰소금을 쓰지 말고 연평도 염전에서 만든 천일염을 쓰라. 연평도는 백두산 천지에서 모여든 천지의 기운이 통하는 곳이라 참조기도 머나먼 태평양을 횡단하여 산란하러 오는 곳이니라.
염전 바닥을 비닐이나 타일로 깐 염전에서 나는 것보다 개펄 그대로인 염전의 소금을 구하여 쓰라.
쑥은 강화쑥이 좋고, 소금은 연평, 지네는 괴산, 움담은 지리산, 솔뿌리는 함양 땅에서 나는 것은 지역에 따라 각각 약성의 우열이 있느니라.
하나 지금은 공해세상이라 옛날의 법도를 따라 해도 맞지 않는 게 많으니 소금의 짠맛은 고금동(古今同)이나 독성은 갈수록 심하다.
오늘의 소금은 비상기운만이 아니고 인간의 화학공장과 동력기관이 배출하는 모든 독극물은 지속의 차이는 있으나 종착점은 바닷물이니 반드시 제독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고방(古方)에 따라 제대로 열처리해 구워낸 죽염은 현대의 명약이니 고대에는 구운소금이나 날소금이나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고열처리로 공해 독극물을 처리한 것과 날소금과는 천양지차라.
콩은 쥐눈이콩(서목태)을 구해다 메주를 쑤라. 쥐눈이콩은 시속에 약콩이라 하는데 약콩이라 해도 쥐눈이콩이 아닌 것이 있다. 쥐눈이콩 메주에다 죽염으로 장을 말고 볕바르지만 그윽한 장소에 장독을 수평으로 놓아두라. 독이 기울면 물이 빈 쪽으로 흰곰팡이가 낀다.
장 담글 독은 독 밑에 숯불 두어 덩이를 괄게 피워 넣고 꿀 한 탕기를 그 위에 부어 꿀 냄새가 막 날 그 순간에 메주를 넣어라.
자란자란할 때까지 부어라. 죽염수가 싱거우면 메주가 떴다가도 도로 가라앉는다. 그럴 적엔 죽염수를 좀 덜어내고 죽염을 더 타면 바로 도로 떠오른다. 장독 거죽이 더러우면 장맛이 사나우니 하루 두 번씩 냉수로 정히 씻되 독전에 물기가 들면 벌레 나기 쉬우니 조심하라.
장 담근 지 세 이레(3*7즉 21일)안에는 초상집을 통하지 말고 아기 낳은 곳과 월경하는 여인과 낯선 잡인을 장독 가까이 집에 들이지 말고 자주 살펴서 장독을 넘기지 마라.
장독 곁에 작은 독을 마련하여 메주 50장을 넣어 저김물을 하였다가 막 익어 넘을 때 아침저녁으로 바꿔쳐서 백날 안에 뜨면 독에서 익어 지렁빛(간장색)이 검고 좋되 다만 분량이 적게 난다.
그러기에 한 60일쯤에 뜨면 죽염수 15동이 들이 장독에서 청장 7동이를 뜰 수 있다. 이렇게 자식 낳아 기르듯 정성들여 담고 익한 장은 만병을 통치한다.
사람의 정성이든 장독에는 밤의 별기운, 낮엔 태양의 생명력, 땅의 지령(地靈)이 들어오고 귀(鬼)도 불범하고 신(神)이 지키니 이 장을 먹는 사람은 병을 모르고 장수하며 재앙이 몸에 미치지 않는다.
벽사(辟邪)의 으뜸이다. 죽염의 화신(火神)과 소금의 수정(水精)이 사람의 정신과 합일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