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조(河漢祚)의 전설 같은 이야기
내 여기 함양에, 그전에 아는 친구의 고담(古談)을 하나 얘기할 텐데, 그게 뭐이냐? 바로 이 집[경남 함양군 함양읍 용평리 소재 금호장 여관집을 지칭] 주인이야.
이 집 주인이 나하구 잘알구, 친한 사람의 둘째 아들이거든. 이 집 주인 아우가 하종렬이라구, 그도 죽었거든. 다 부자야, 하종렬인 더 부자야, 이 집보다는, 이런데.
이 집 주인 지금 그 마담의 시아버지 되는 이가 하한조(河漢祚)인데. 그가 부지하허인(不知何許人)이야. 어디서 돌아댕기는지도 모르구 어디서 살던 지도 모르구 그러구 떠돌아 댕기던 사람인데.
그 아버지 어머니두 그렇게 떠돌아 댕기다가 늘그막에 그 아들이 여람살[여남 살, 즉 열 살 남짓] 시절에 함양에 들어왔어요.
들어와서 요 상림(上林 ; 함양읍의 상림숲)이라는데 숲속에 들어와서 땅을 좀 후비구선 거기서 저 오소리처럼 굴 조금 파놓구 거기서 세 식구가 사는데.
어느 겨울에 그 영감이 죽었다.
나이도 많지 않았어. 그래 죽었는데. 죽구 보니까 이걸 갖다 장사지낼 방법이 없다.
그래서 두 모자가, 이때[이맘때 ; 1월 초순]래도 옛날에는 눈이 많이 왔대, 여기가.
그래 눈속에 어떻게 할 수 없어 가지고 그 땅속에 움막을 치구서 거기다 거지처럼 천막을 하나 해놓고 사는데, 그런 일을 당했으니 삽이 있나, 괭이 있나 그 이튿날 아침에 이웃에 가서, 이웃이라는 건 고 위에 지금도 동네 있어요.
그 동네에 가서 괭이하구 삽을 얻어다가, 땅을 팔수는 없구, 땡땡 얼었으니. 그래 살피는데 고 건너 지금 묘가 있거든.
거기다 묘를 모실려구, 아주 고걸 해만 뜨면 눈이 금방 녹아 버리는 고런 양달이 있어요.
고기 가니 거길 내다보니 눈 녹은 덴 거기밖엔 없다. 그래 모자가 거길 가보니, 눈이 녹아 가지고 땅을 파니, 딱 사람이 들어가 서면 몸을 움직일 수 없도록 고렇게 딱 녹아 가지고 그 다음에 꽝꽝 얼고.
그래서 고렇게 팠다, 고렇게 팠는데. 아무리 파도 거기에다가 모실 수는 없다, 이 죽었으니 빳빳한데 거기다가 뭐 접어 가지고 집어넣을 수도 없고.
그래서 아주 고통을 치르다가 속으루 애가. 하루종일 두 모자가 긁어 낸 것이 한 길을 긁었더래.
한길 되도록 긁었더래. 뭐 이걸 눕힐 수는 없고 너무 땡땡 얼어가지고. 그래 긁었는데. 긁어 놓고 보니, 두 모자간의 상의가, 뒷날 해동(解凍)하면 파 가지고 다른 데, 여기 가로 모셔도 모실 수 있으니 그때 해동한 후에 파서 제대로 모시자.
그렇지만 지금은 할 수 없다.
여기다 세워서 넣어야 되느냐 까꾸로[거꾸로] 넣어야 되느냐? 그래 이제 해골을 두 모자가 눈 위에다가 다리 하나씩이 들고서리 두 모자가 끌고 갔다, 눈에. 끌고 올라갔는데, 끌고 올라가서 발을 먼저 넣고서 딱 세워 놓으니까 아, 이놈 머리가 올라온다.
그래 머리가 올라오니까 머리를 천상 위에 올라온 거, 거기다 이제 흙을 파내면 흙을 좀 덮으면 되는데, 그러면 여우란 놈이 다 파먹어 버린다.
그걸 이제 애들이 알거든. 이래 가지구 그 부인이 알구서 자, 이러지 말구 다리를 여우가 좀 뜯어먹는 한이 있어두, 머릴 뜯어먹게 해서는 안되겠다. 까꾸로 집어넣자.
그래 거기다 까꾸로 집어넣었다, 까꾸로 집어넣었는데. 까꾸로 집어넣고 파낸 흙은 거기다 덮어 두고 그리고 눈을 쌓아 놓고 이제 갔는데.
그래 바가지 들구 날이 밝으면 이젠 얻어먹는 사람들인데, 그러다가 봄날에 해동해서 고걸 파서 이제 바로 쓸려고 할 적에 합방되었다.
합방되어 가지구 왜놈이 나왔다. 왜놈이 나와서 함양 바닥에서 큰 점포를 차렸는데 심부름꾼 애를 둘려고 하는데, 거 얻어먹으러 댕기는 애가 아주 똑똑해 보이거든, 그래 그놈 불러다가 심부름시킨다.
거 심부름시키는데, 10살이 넘어 가지구 잘 듣거든. 그래 이제 심부름시켜가지고 아주 일을 거기다, 그러면 난 그 지역장 모른다는 게 그런 사람이거든.
일을 아주 거기다 맡겨. 아주 신용 있고 애가 똑똑하니까, 그래 맡겼는데. 아, 거기다 그렇게 맡기니 이 사람이 아주 돈을, 함양 돈 다 긁는다 왜놈이.
그래 부자 되는데. 왜놈 내외가 ‘그놈의 자식이 우리 집에 와 가지고 돈더미에 앉게 되니 저놈이 업(業)이다.
저놈의 복으로 우리가 되는가 보다, 저놈 잘 대우하자.’ 그래 이제 아주 친자식같이 키웠다.
이러고 나가는데. 아, 이 사람이 한 20살 나 가지구 하씨는 하씨래두 종적이 없이 떠돌아 댕기던 하씨라, 근본도 아무것도 모르고 캄캄해.
그래 이집주인도 통 몰라요. 여기 하씨들이 있어서 그저 어떻게 붙어 가지고 하씨라고 하지. 영 아무것도 모르거든, 이런데.
아, 이놈 그렇게 되자 바빠 가지구 그 집에 매여서, 아 이거 파내다가 바로 쓰지 못했다. 까꾸로 집어넣은 그대로 있다, 이런데.
그 다음에 그 집에 대우받고 돈도 좀 벌게 되고, 그 일이 많아 가지고 뭐 1초도 움직이지두 못하고 거기서 먹고 자고 그저 있으니 묘에 가볼 수 없었다 이거라.
그래 봉분도 안 해놨다, 평토나 다름없이 그 흙을 발에다 좀 얹어 논 그대로거든, 이런데. 한 20살이 나 가지구 보니까 철이 들어서 주인한테 사정사정 해 가지구 그 묘를 파서 이제 고쳐 써야 된다, 고쳐 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