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과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한약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먼저 약과 음식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약(藥)이란 병이나 상처를 고치기 위해 먹거나 바르거나 주사하는 물건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음식(飮食)이란 먹고 마시는, 또는 그런 물건이라고 정의돼 있다. 그러므로 한약은 인간의 질환을 고치기 위하여 먹는 것이고 음식은 인간의 생존을 위하여, 또는 먹는 즐거움을 위하여 먹고 마시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즉 음식과 약은 같은데에서 나왔다는 말이다. 이러한 말이 나오게된 연유는 음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재료들이 수천년동안 한약의 재료로 사용돼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음식과 한약은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고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동의보감'이나'본초강목'과 같은 의서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오곡백과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채소가 전부 한약재의 일부분으로 들어가 있으며, 이들 의서에 나오는 약초중 독초를 제외한 모든 약초는 요리의 재료로 오랜 세월동안 사용돼 왔다. 우리가 흔히 음식 재료로 쓰고 있는 것들 중 한약의 재료로 쓰여지는 것을 몇 가지 예로 들어 보자.
우리가 반찬으로 많이 먹는 콩나물은 한약에서는 대두황권(大豆黃卷)이라고 불려지는데, 이는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우황청심환을 만들 때 빠져서는 안되는 약물이며, 파뿌리는 한약에서 총백이라고 불려지는데, 소음인 감기약에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건강차로 많이 끓여 먹고 있는 생강과 대추는 소음인의 거의 모든 한약처방에 들어가며, 찹쌀은 한약명으로 나미라고 불려지는데 이것은 소음인 임신부의 하혈이나 배가 아픈데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옛날에는 주식이었으나 요즘에는 건강식으로 또는 차로 많이 끓여 먹고 있는 보리는 한약명으로는 부소맥(浮小麥)인데 이것은 소양인의 신경을 안정시키는데 아주 중요한 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 외 콩, 팥, 율무, 밤 등도 한약재의 한가지로 널리 사용돼 오고 있다. 이와 같이 오랜 세월동안 인간의 주식으로 먹어온 많은 음식의 재료들 중에는 인간의 질병을 고치는데 사용되어 온 약물이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면 한약과 음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것을 한마디로 정의를 한다면 음식이란 양념을 넣어서 맛과 영양을 극대화한 것이고, 한약이라는 것은 질환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약재만을 골라 달여 먹음으로써 약의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도라지를 잘게 썰어서 양념장에 버무려 먹으면 우리가 맛있게 먹는 도라지 무침 반찬이 되지만, 도라지만 달여서 먹으면 태음인의 호흡기질환 치료에 좋은 약이 되는 것이다.
'호박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호박만을 푹 삶아서 물만 짜 먹으면 산후에 붓는 병을 치료하는 약(태음인이 아닌 다른 체질이 먹으면 더 붓는다)이 되지만 양념을 넣고 요리하면 음식이 된다.'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과 함께 약식일여(藥食一如)라는 말도 많이 사용되어져 왔는데 이 말은 음식과 약은 같은 작용이 있으니 가려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병이 있는 사람이 자기 체질과 병에 알맞은 약을 먹듯이 음식도 자기 체질에 맞게 가려먹어야 한다. 체질에 따라 맞고 맞지 않는 약이 정해지듯이 음식도 약이므로 체질에 따라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이 정해지는 것이다. 한약 복용시에 반드시 음식을 가려먹는 이유는 음식이 바로 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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