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용은 알고 먹어야겠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녹용은 아무나 먹는 보약이 아니다. 그러므로 비싼 녹용을 어디서 구해 먹든 선물하든 한의원에서 정식으로 지어먹든지 간에 많은 경우에 그 값어치만한 효력을 보지 못하는 수가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먹었으니 어디엔가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하면서 한약 은 으레 효력이 늦게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한다.
한약 중에서 특히 녹용은 효력이 굉장히 빠른 약이다. 녹용은 최상의 영양제에 속하기 때문에 다른 보약이나 알부민으로 효력이 없는 노인들도 녹용을 잘 사용하여 처방을 내면 당장 아침에 일어나기가 가볍다 하신다. 아주 허약한 사람은 인삼 당귀 녹용 (삼귀룡탕)을 한두 돈씩 해서 두어 첩만 먹어도 훨씬 기운을 차린다.
녹용은 영양제이다. 동물의 머리는 뇌가 있는 자리이다. 여기서 난 뿔은 가장 완벽한 영양을 바탕으로 한다.
더구나 사슴의 뿔은 소, 염소, 코뿔소처럼 뼈 같은 뿔이 아니라 항상 각질화되지 않은 채 골수가 충만한 보드라운 뿔을 갖고 있으면서 매년 각질화 될 만하면 떨어지고(이것이 녹각이다) 다시 새 뿔이 자란다.
그러므로 골격의 성장이 더딘 소아나, 하혈 몽정 정력 감퇴 요실금 야뇨 같은 비뇨생식계통 질환이 있는 허약자나, 수척한 노인이나 산후 보혈에 적격인 것이다.
그런데도 효력이 안 나는 것은 왜인가? 당연히 영양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가 나올 정도로 체격이 좋은 사람이 녹용을 먹었다고 정력이 더 나아질까? 오히려 피가 더 탁해져서 살이 더 찔까 걱정된다.
녹용은 위장약도 아니다. 동물성 약재이므로 어느 정도 소화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허약한 사람이라 해도 위장이 약하다면 소화 기능을 도우는 약을 먼저 선택해야지, 좋다고 막 먹었다가 녹용이 소화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밥에도 잘 체하는 사람 이 곰국, 개소주, 흑염소 중탕을 그저 좋은 줄로만 알고 먹다가 위장 탈이 나서 입원한 예도 더러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비싼 녹용에 욕심 내지 말자.
녹용 이야기 (2)
항간에선 녹용에 대한 오해가 많은 듯하다. 살찐다든지 머리가 둔해진다는 걸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입맛이 좋아져도 절도 있게 먹어야지 과식한다면 비만이 될 수밖에 없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울증과 욕구불만으로 식욕 항진이 되는 수도 많다. 이 래 놓고 애꿎은 녹용 탓만 한다.
머리가 둔해진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식탐이 많아 살찌고 몸이 둔한 사람은 정신도 게을러진다는 것이지 녹용은 신경이 약한 사람의 정신력을 오히려 도와주니 건망증도 고치고 머리를 더 좋아지게 하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먹으면 이성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신경이 약한 청소년은 자신감이 약해서 오히려 주의 산만해지기 쉬운 반면에 심신이 건강한 청소년은 꿋꿋하게 자기 생활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녹용을 너무 믿어서도 안되겠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찌개백반'이라는 말처럼 보통의 음식을 편식 않고 먹어서 잘만 소화 흡수시키면 얼마든지 피도, 정액도, 호르몬도 만드는 게 우리 몸이다.
그러므로 보혈을 해야겠다, 정력을 도와야겠다 해서 녹용 을 굳이 들먹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돌 전후부터 대여섯 살까지 멀쩡한 아이를 데리고 와서 봄 가을로 녹용을 몇 첩 먹인다는 어머니를 대할 때마다 항상 되묻고 싶은 것은 '이 아이가 정말 영양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란 말이다. 이것은 엄마의 자기만족이다.
여유가 있으면 그래도 좀 낫다. 어려운 살림에 보너스라도 받으면 녹용부터 지어 먹여야 부모의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여기는 분들을 위하여 여기 가장 바람직한 건강 증진법을 소개한다.
사랑으로 키워서 부모님 은혜를 느끼며 자라는 아이는 보약으로 얻 는 수동적 건강이 아니라 녹용 한 첩 안 먹어도 평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능동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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