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오래된듯한데 글이 남아있어서 올려봅니다.
2007년 3월 3일 토요일 충북 괴산에서 한약 만들기 체험행사가 있다해서 차머리를 돌렸다.
창문을 내리니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들길을 지날땐 고향의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더라.
상주 인터체인지를 이용해 고속도로를 벗어나 보은방향의 국도를 달린다.
뒤따라 오는 차들에게 내갈길을 먼저 내주고 세월아~네월아~ 하면서 동네구경을 하니
햐~
시간이 멈춘듯하고 한가로운 마음이 온몸에 가득찬다....
아!~
이맛이구나 이맛에 신선들이 내눈에 안띄였구나....자기들만 즐겨 보겠다?....이런 비겁한...
별 택도 없는 생각들을 하면서
넓고 긴 개울을 따라 가는데 문득 피리 몇마리 잡아 막걸리 한잔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가속기를 슬쩍 밟았다.
빨리 도착해서 막걸리 한사발 걸쳐야 겠다는 생각에....
오!~
속리산 문장대라!~~
들렀다 가면 시간이 촉박하고...올때 들러자..
오!~
불멸의 이순신 촬영 세트장이라!~
산과 계곡의 조화가 멋드러 진다...이것도 역시 올때 들러자..
쌍용계곡...
화양계곡...
이거 참!
온 천지가 구경거리로 가득 차있는데...
시간에 쫒겨니 원~
일단은 시간을 지켜야 되니 내일 올때 들러보자...
얘들아 조금만 기다려라 내일쯤 실컫 봐줄테니.
저기 멀리 행사장이 보인다.
1시간 쯤 여유가 있으니 시골동네 막걸리 한잔 먹어 봐야지.
허름한 주막 비슷한 집에 들어가 막걸리 한되 시켜서 파전 한접시에 운전여독을 풀고.
행사장에 들어서니 여러 사람들이 모여들 있다.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여러 가지 몸짓과 표현들로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오후 3시.
약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태백산 1000미터 이상 되는 고지에서 채취한
100년 먹은 전나무 가지에 당귀, 천궁등의 약재를 섞어 엄청나게 큰 가마솥 3개에 가득채워 넣고
소주로 3개의 가마솥을 다시 채운다.
무척 굵은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피고 1시간 정도 강하게 달인다.
전나무 향기가 코속을 개운하게하고 분위기는 시골의 소죽을 끓이는 것 같다.
문득 행복하다는 느낌이 든다.
모두다 서서 달여 질때까지 기다리는데 ...
야!~
이건 또 뭐야?
문어를 데쳐서 소주와 나오는데 여담 나누면서 맛을 봐라는 구만...
손님중에 울산에서 오신분이 길이 1미터 짜리 문어를 가져 오셨다는데...
감사히 먹겠습니다 하고 시식들 하면서 안면이 있는 사람들끼리 농담이 시작 되면서
점점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어떤 사람이 질문을 한다.
이 약을 다달이고 나면 약의 양이 얼마쯤 되냐고?
원장님 왈!
한홉 정도 나온단다......
그렇다면 가마솥 하나에 20리터씩 소주가 들어 갔으니까!
솥이 3개니까 60리터를 달여서 세홉이 나온다
세홉이면 소주 한병반!
야~ 이거 장난아니구만.
원장님 왈!
소주값만 백만원 이상이 들어 갔단다.
소나무장작값도 만만치 않은듯 해보였는데 ....
그렇다면 약값은?
어디 제대로 약이 만들어 질때 까지 함 기다려 봐야지.
계속 장작이 들락 거리고 사람들은 소주 한잔에 하염없이 기다린다.
솥을 젓는 사람...장작을 나르는 사람....전나무 가지를 걸러내는 사람.....
각자 다양하게 기다리는 방법을 만들어 내고...
이제 저녁 식사시간!
이름 모를 산나물 무침과 자연향기 그득한 각종 야채들로 식단이 차려지고....
빠질수 있으랴~ 쇠주한잔.....
막걸리가 없다....아쉽다...
저녁식사가 마쳐지고 다시 가마솥 근처로 모였다.
오는 순서대로 가마솥 뚜껑을 한번씩 열어 보며 확인을 하면서 한마디씩 한다.
야~ 이것 밖에 안졸여 졌네?
이거 내일 아침까지도 힘들겠는데..
내일 집에 못가는건 아냐?....
그러면서도 기대가 역력한 모습들이다.
갑자기 직원들이 반기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후 유황오리 알을 큰대야에 가득 들고 들어 온다.
부산에서 유황오리를 키운다는 분이 안주 하라고 가져 오셨다는데....
생알을 하나 깨어 먹으니 야~ 너무 고소하다....
모두 삶아서 저녁 회식때 안주로 쓴단다.
웬 회식? 이런 횡재가?..........
..............................
항상 그렇듯이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면 우스개 소리를 곧잘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
어떤 아주머니가 가마솥을 젓고 있는데.
손님중 한명이 한마디 한다.
오른쪽으로 젓는지 왼쪽으로 젓는지...
아주머니 왈! 오른쪽, 왼쪽 아무렇게나 젓는단다.
손님 왈! 큰소리로... 그러면 안됀단다.
아주머니 깜짝놀라 쳐다본다.
손님 왈! 오른쪽으로 돌리다가 왼쪽으로 돌리면 약효가 달라진다나 뭐라나...
갑자기 온 동네가 웃음바다다...
역시....
직원 인듯한 젊은 청년이 앞마당에 회식준비가 되어 있으니 거기로 모이잖다.
회식이라.....
얼마나 즐거운 용어 인고!...
앞마당으로 가면서 모두 외마디 비명이다...
와!~~~~~~
쌓아논 장작 더미에 불을 붙여 그야말로 캠프파이어!....비명이 안나올수가 없지.....
그 옆에 좌석없이 만들어져 있는 긴 테이블엔 맥주..소주....
어라 막걸리가 있다....세상에....
흡족한 마음으로 한잔씩 술을 따르고 가볍게 인사들 한다.
오늘 하루! 나 왜이러냐?...행복해 죽겠네....
밤 늦게까지 한배 두배 술잔을 비우고....
한명씩 두명씩 숙소로 이동한다...숙소가 어디냐고?
펜션을 빌려 놓았네....야!~~ 이분위기...
드러누워 잠시 있으려니 소주부대가 또 들어온다.
에라이 모르겄다...합류....
밤샜다.
이튿날 아침 10경 기상하여 모두 가마솥으로 모였다.
아직도 멀었구만...
직원이 밤새 장작불을 지피고 교대를 한 모양이다.
모두 어제 밤에 무리를 한 탓인지 차안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
아궁이 옆에서 조는사람...
다들 마음은 한결 일텐데.....빨리 달여 져라...
근데 이거 정말 큰일 났군요.....노래 대로다.
비가온다.....바람도 세게 불고....
이거 어쩌냐?
오늘 실컫 봐주기로 한 애들!
문장대...세트장...쌍용계곡....화양계곡.....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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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서 덜덜 떨다가 감기까지 걸리고..
밤새 잠을 못자 운전 걱정되고.....
가마솥은 연락이 없고......
오후 5시 드디어 약이 만들어 졌다..
정확히 28시간을 달였네.......
모두 피곤에 지친 기색으로 인사를 나눈후 각자의 행선지로 돌아가고...
화양계곡을 지날때 가슴이 저며온다...
쌍용계곡을 지날때 가슴이 더 저며온다..
세트장을 지날때 가슴이 더더 저며온다...
문장대를 지날때 심장마비가 올것 같다..
거의 소낙비 수준의 비를 맞으며 밤눈 어두운 내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어제의 행복은 어디로 갔는지.....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이놈의 날씨야.......
잠이 쏟아 진다....정신 차려야지..
칠서 휴게소에서 한숨자고 밤늦게 집에 도착하여
밤새 몸살 앓고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헤매고....
아!~
행복아 너 뒤에 고통이 숨어 있는지 몰랐다.....
우리 행복 할 때 겸손하자....
약 많 큼이나 큰 배움을 얻었고 이 배움을 공유 할 려고 올려 본다...
댓글 ( 3개 )
전나무고 오프라인에 참석해주시고 참석하신 내용의 글까지 올려 주시어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