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눈에 뭔가가 쓰인 듯 했습니다. 꼭 선글라스 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꿀, 인삼 먹었을 때 비슷한데 그때와 달리 눈물과 열은 안나서, 컨디션이 안좋거나 뭘 좀 잘못먹었으려니 넘긴게 한 5일여..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듯 했습니다. 실외의 황사나 구름 때문 아닌가 실내와 비교해보니 그건 아니고, 눈자체의 문제였습니다. 밀폐된 화장실에서 보니 확실합니다. 형광등 조명인데 예전과 확연히 다르게 어둡고 노랬습니다.
침침함을 떨치고 책을 보면서 정신활동에 집중키로 했습니다. 그리 어두운 조명이 아닌데도 페이지가 유난히 어둡더군요. 순간 드는 생각, 이게 화독증상이라면 그래서 눈이 어두워진거라면, 눈과 같은 맥락인 뇌도 어두워지는게 아닐까. 그제야 정신도 예전과 달리 멍한 상태라는게 구분됐습니다. 증상 시작 이튿날인가 자고일어나니 뒷골 땡겼던 것도 예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정신작업이나 책읽기는 근원적으로 어렵다는 건데..
잘못하면 이건 죽는 것과 같은 뜻이 됩니다. 도저히 이렇게는 안된다.. 시간과 함께 풀리기야하겠지만,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는 일. 어떻게든 빠르게 상황을 타개키로 했습니다. ..진성소양이 인삼, 꿀 등에서 화독을 입으면 눈에 핏발이 선다는걸 직접 확인하진 못했는데, 거울을 보니 그말이 맞더군요. 눈병이 아닌데 흰자위 실핏줄이 그리 많이 느껴진건 처음인 듯, 터지지나 않을까.. 한동안 눈을 강하게 껌벅이며 주변을 제대로 보려 용을 쓰니, 평소 그럴 때와 달리 눈물과 열 또한 많은 게 구분됐습니다.
뭐 방법 없나 고민해보니 방법이 나오더군요. 화독에 신약이라는 오이나 북어를 먹어보면 될 듯 했습니다. ..오라, 마침 집에 북어국 있던게 생각났습니다. 뎁히지 않고 식은 상태로 한 그릇 먹었습니다. 5분쯤 뒤부터 뭔가 눈이 시원해지더니, 한 시간이 안돼 주변이 확연히 밝아졌습니다. 역시나 인산할아버지라는 탄성이 나왔습니다. 동시에 잠은 왜 그리 쏟아지는지. 주변이 밝아지는것과 비례하는 듯, 도저히 못버티겠길래 한숨 자고 일어나 주변을 보니.. 그래 이거야!
..투병 중이신 친척 어른의 탕약과 유황오리고은물이 먹기에 자극적인지 조금 맛본게 원인아닌가 싶은데, 예전에 유황오리는 괜찮았으니 아마 탕약 쪽인 듯..
..선글라스를 끼면 명도가 줄어 어두운 곳에선 아예 안보이지만, 묘하게 실외에선 좀더 선명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난반사가 줄어 좀더 선명할 겁니다. 그점때문에 눈이 더 밝다 착각하기 쉬운데, 어두운 곳을 보고 판단해야겠네요.
이 걸 ‘천연선글라스’ 라 불러야하나.. 이번 기회에 정리한 대처법. '천연선글라스' 증상시 어두운 곳을 기준해 신속 판별, 신속 해독해 알찬 인생을 살자.
‘천연선글라스’ 시엔, 아무래도 눈만 어두워지는게 아니라 정신도 멍해짐. ‘천연선글라스’의 원인은, 상승한 안압이나 뇌압을 내리기 위해 몸이 반사적으로 정신활동을 줄이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댓글 ( 6개 )
어제 초저녁 한숨자고 밤늦게서야 식사하는데, 양념치킨이 있더랩니다. 닭은 화기라 안좋을 듯 했으나, 한번 시험해볼 겸 좀 먹자 바로 몸 곳곳이 찌릿거리더군요. 한조각에서 말았으나, 아무래도 그때문에 눈이 덜 풀린것 같네요. ㅜㅜ; 북어국은 어제 떨어졌고.. 이제 마트서 북어 사들고 들어가렵니다..
체질과 경험상 의식적으로 가리는 음식은 있었음에도 특별히 좋아하는 건 없었는데 자신있게 좋은 게 하나 생겼습니다. 북어국! 예전엔 몰랐는데 넘 맛있어요.
구해서 먹어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