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이 세상을 뒤덮는 날을 위하여”
울산지법 황종국 판사 한국건강연대 강연
지난 4울 23일, 서울 여성플라자 1층 아트홀에서는 건강 관련 연구단체 범국민상설협의체인 한국건강연대 주최로 ‘몸 사랑 축제’가 열렸다. ‘겨레 몸 바루기-理化 大同 한 마당’ 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날 행사에서 최근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현실적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한편, 합리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의사가 못 고치는 환자는 어떻게 하나?」라는 책으로 전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울산지법의 황종국 부장판사의 강연이 있었다. 이날 참가자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과 반응을 이끌어낸 황종국 판사의 육성을 녹취해 전문을 게재한다. 최근 그가 벌이고 있는 일련의 노력들이 이 나라 의료제도의 문제점들을 극복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그의 소신 있는 행동이 척박한 국내 대체의학 및 민속의학의 지속적인 발전을 유일하게 담보해내고 있기 때문이다.(월간 壽테크 편집부)
반갑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촌에서 올라와서 정말 유감스러운 한마디 해야겠는데요. 한국의 언론은 얼굴하나 제대로 보도 못하더라는 것입니다.
얼마나 정확한 보도를 못하는지 제가 정말 실감했어요. 사진을 옆에서 찍고 위에서 찍고 아주 이상한 노인네처럼 만든단 말이지요. 제 실물을 제대로 보여드려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올라왔습니다. 제가 사실은 큰소리를 쳐도 얼굴에 자신이 없습니다. 나이 오십 셋인데 머리도 다빠지고 얼굴도 늙어 보이고, 앞에 계신 이상문 선생님 올 해 예순 여덟이신데 흰머리 하나도 없으세요. 같이 가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저를 형님으로 취급합니다.
한국건강연대 발전을 정말 축하드립니다. 저는 이지은 선생님하고 한 3년 전에 지리산 청학동에서 만나가지고 우리 의학을 살려봅시다 하고 같이 도원결의를 해놓고는 제가 공직에 있어서 너무 바쁘고, 제가 해야 할 일은 한국 의료의 실상과 문제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더 시급하겠다 싶어서 책 쓰는데 몰두하느라고 동참을 못했습니다.
그 동안 혼자서 고군분투 하시고 오늘 여기까지 끌고 오셨는데, 밖에서 보기에는 아직도 부족하고 미진한 부분이 많더라고 여러분들이 동참하시고 채워주시어 함께 나가셔야지 뒷짐 지고 멀리서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자, 이렇게 하면 힘이 없습니다. 오늘의 행사를 계기로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저를 판사 황종국이라 보지 마시고 책에 담겨 있는 대로 우리 한국 의료의 실상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언론들은 수없이 보도를 하고 있어요. 현직 부장판사가 의료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책을 썼노라고. 이게 보도의 주제입니다.
노는 언론도 제가 지적한 우리 의료제도의 실상, 문제점, 그 원인에 대해서는 보도를 한 언론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 보는 꼴이지요. 이렇게 하면 아무리 언론에서 보도를 하고 많은 분들이 제 책을 읽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의료제도 실상 그 이면에 하늘이 울고 있는 모습, 하늘이 안타까워서 울고 있는 모습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의사와 한의사도 피해자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의사와 한의사 그분들을 욕하고 싶은 생각도 그분들과 싸우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왜 피해자냐 하면, 그분들은 의료제도를 믿고 의과대학이나 한의과대학을 갔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거기서 가르치는 대로 배우고, 졸업을 하면 사람 병을 잘 고치게 되고 먹고 사는 것도 괜찮으리라고 믿고 들어갔던 분들입니다.
그런데 가르치는 내용이 병을 고치기에는 터무니없이 모자라고 의료제도는 거꾸로 돼있고, 나와서도 먹고 살아야 되니 의사와 한의사를 하고 있는 겁니다. 불쌍하지요. 저는 솔직히 불쌍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그분들이 환자를 고치면서 내가 배운 의술이 잘 안 되는구나 이것이 제대로 된 의술이 아니구나 하는 자각이 일어나야 될 테고, 그런 자각을 한다면 이건 왜 이런가 하는 반성이 일어야 되지요.
어떻게 하면 이건 왜 이런가 하는 반성이 일어야 되지요. 어떻게 하면 잘 고칠 것이냐 하는 모색은 전혀 하지 않고 나는 의사고 한의사고 국가가 인정한 자격이 있으니까 어째든 치료하고 돈 잘 벌고 잘 살면 그만이다, 환자야 병신이 되든 죽든 난 모르겠다. 이것이 우리의 의료 현실을 풍미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비판합나다. 사정없이. 당신도 사람 같으면 그렇게 체험을 하고서도 모르느냐. 제 책이 나오니까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비방을 하는 얘기들이 들리는데, 저는 제 주장이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저에게 제발 얘기를 해 달라, 나는 자신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의사들과 경쟁자도 아닙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배우고 고치겠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사람도 저에게 당신 주장은 이런 부분이 잘못 됐소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 사람도 못 만났습니다. 오히려 많은 의사분들께서 정말 좋은 글 써줘서 고맙다 하는 일방적인 칭찬과 격려를 들었습니다. 그러니 제발 지금도, 공개적으로 제가 이렇게 선언을합니다.
의사나 한의사분들 정말 양심적으로 제 책이 잘못됐다, 한국의 부장판사가 어떻게 그런 책을 쓸 수 있느냐 하고 정말로 질타를 하신다면 제게 직접 연락하십시오. 말씀하십시오. 언제든지 제가 만나 뵙고 토론을 제의합니다.
요즘 텔레비전 생방송 토론 많이 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정말로 중요한 의료제도 문제 가지고는 일언반구 토론을 하지 않습니까? 저는 의사, 한의사, 의료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 보건복지위원들, 한의대생, 의대생 전부와 텔레비전 공개 토론을 제안합니다.
원래는 이런 뜻이 아니지요. 다 같은 사람들이니까 서로 아끼고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왜 의사는 자기들 싫은 소리 한다고 욕을 하고, 정부나 국회나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고통을 살필 생각은 하지 않고 40-50년 동안이나 해오던 소릴 계속하느냐 이겁니다.
그리고 언론들, 아직도 제대로 보도를 안 했거든요. 보도를 안 하고 하는 것은 언론사의 선택의 문제이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저 사람들은 아쉽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냐하는 생각을 합니다. 장관이나 국회의원이나 판사나 변호사나 언론이나 다 권력과 힘을 가진 기득권자들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 병나면 의사든 한의사든 자격증 없는 치료사든 아무나 불러다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힘들면 일본 가고 미국 가서 치료하지요.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일반 서민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너무 이율배반적이고 이중인격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들은 급하면 민간의료인들 중에 잘하는 사람 불러다가 치료받으면서 그것이 소문이 날까 두려워합니다.
그리고 다 고쳐주면 어디 가서 나를 고쳐줬다는 얘기 하지 마라, 내가 자격증도 없는 사람한테서 치료 받았다고 소문내지 마라 이렇게들 얘기하고 있습니다. 의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의사들은 병에 안 걸립니까? 병에 걸리면 자기가 다 치료합니까? 의사들도 민간의료인들한테 치료받는데 몰래 받습니다. 몰래, 무엇이 겁나서 몰래 받지요? 나보다 더 병을 잘 고치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게 지식인의 자세 아닙니까?
우리 모두가 잘못된 의료제도의 노예입니다!
의료의 주권자는 국민이기 때문에 국민이 깨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이 깨어나야 의료계의 잘못된 비리를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우선 국민이 가장 깨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된 의료제도의 횡포, 국민의 고통을 돌아볼 줄 모르는 고위 관료들, 자기들의 본질을 가리기에 급급한 의료종사자들의 잘못된 행태들이 바뀌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책에도 썼습니다만, 우리 국민들은 바로 그 잘못된 의료제도의 노예가 돼있습니다. 주인이 되어 있어야 할 분들이 잘못된 의료제도, 구체적으로 의사와 한의사의 노예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 노예화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국가 권력입니다. 문제는 이런 실상을 국민들이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책으로 이러한 실상을 알려 드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책을 쓰게 된 것입니다.
그 다음에 국민들이 그런 실상을 알게 된 이후에는 움직여야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사는 자기의 권력을 위해서 싸우지 않는 자에겐 권력을 준 적이 없습니다. 이 당연한 논리를 가지고 우리가 싸워야 한다는 사실이 비통합니다. 현실적으로 싸우지 않고서는 도리가 없습니다. 다만 적대시하며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엔 같이 사랑하고 같이 가야할 한 민족이요 동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연치유는 곧 생명이고 생명의 본질은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일만 년을 내려온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 속에 고스란히 그대로 들어 있고 그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생명이요 자랑입니다. 역사와 문화가 묻히면서 이것이 함께 묻혀 버렸습니다.
그 묻혀서 허약해진 틈을 타고 들어온 것이 서양의 제국주의이고, 제국주의자들이 들어올 때 가장 앞장선게 선교사와 의사입니다. 자기들 의술을 전파해주는 척하면서 너희들의 문화와 의술은 미개하고 하찮은 것이다. 식민지 지배의 수단으로 삼고 세뇌를 시켰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 각 나라들은 자기 문화를 되찾았습니다.
유일하게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아직도 문화적 식민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식인들 전부 해방된 후에 미국 가서 학위 받아온 사람들 아닙니까? 그 사람들 서양의 문화와 문물이 최고다 하고 들어와서는 제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짓밟고 미개하다고 욕하고, 그런 교육 체계가 40년 50년이 흘러갔습니다. 인간다움이나 인간의 본질 등 보다 소중한 것들을 다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의료의 실상을 문제의 지적만 할 것이 아니고 대안까지 제시해야 제대로 된 시작이 되겠다 싶어 대안을 찾다가 보니까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역사와 문화의 본성을 제대로 밝혀내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넓혀졌던 것입니다. 많은 훌륭한 분들이 비판적인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제 책을 보시고 이런 부분은 이렇게 저런 부분은 저렇게 지적해주시고 함께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서양에서 의료자격증 제도란 게 백년정도 밖에 안됐습니다. 이런 제도를 일본 사람들이 고스란히 받아 들여 시행하다가 그들은 2차대전 패망 후에 자기들 전통의학을 다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본 사람들이 일제 때 여러 자격 시험제도를 두었는데 해방 후 정지됐다가 1962년도에 의료법이 바뀌면서 의사 한의사 시험제도만 남겨두고 시험제도를 없애버렸지요.
어쨌든 전 세계에 이렇게 무식한 의료제도는 없습니다. 저는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판결이 우리나라도 외국과 마찬가지라고 판결하는 것을 보고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묻겠습니다. 외국의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와 같은 의료제도를 갖고 있는지 헌법재판소에서 참고한 자료를 좀 공개해 달라고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의료 자질과 의료 풍토를 갖고 있었고 거기에 서양의학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동서양의 의학을 접목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걸 제대로 살렸더라면 우리는 지금 세계 최고의 의료 강국이 되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제일 형편없는 모자라는 의료제도를 하는 바람에 세계에서 제일 뒤떨어진 의료국가가 되어 버렸습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탁월한 우리의 전통의학이 우리나라에서 발을 붙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서양 의사들은 벌써 오래 전에 서양의학의 한계를 깨닫고 대체의학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서양 의사들은 지금 서양의학과 대체의학을 같이 치료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양의사와 한의사를 완전히 분리시켜 놓았거든요.
한의사가 주사를 놓으면 처벌받고 양의사가 침을 놓으면 처벌 받습니다. 우리나라 양의사는 서양의학밖에 못합니다. 대체의학은 전혀 못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양의사들과 경쟁하겠습니까. 한의사들이 하겠습니까? 세계의 동양의학은 중국의 중의사들, 중의학이 점령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중국은 오래 전에 병 잘 고치는 게 최고다 하는 원칙을 가지고 철저하게 중의학을 발전시켜 놓고 전세계 어떤 나라 의료인도 중국에 와서 영업해도 좋다고 자신만만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한의사가 중국 중의사들과 경쟁해 이길 수 있겠습니까? 중국은 고사하고 미국이나 독일 한의사와 경쟁해 이길 수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경쟁력이 있느냐. 제가 보기에는 민중의술 밖에 없습니다. 40년을 넘게 짓밟혔지만 워낙 뛰어난 의료 자질과 좋은 풍토를 가지고 있다보니까 아직도 대단한 명의들이 많이 있고 이상문 선생 같은 새로운 명의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우리의 민중의학을 합법화 시켜달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합법화란 어불성설이지요. 이건 본래 수천 년 동안 국민이 누구든지 배워서 배운 만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진 자료인 것입니다.
‘나’를 버리고 ‘우리’가 됩시다!
과분하게도 제 책에 대해 잘 썼다고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하도 많아서 제가 잠시 우쭐하는 생각에 ‘나라와 백성의 기혈이 온텅 막혀 있는데 제가 감히 그걸 뚫어보려고 백회에다 침을 한 방 놓았노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막힌 기혈이 뚫리는지 조금씩 꿈뜰거리는 기미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가 굳이 이런 책까지 써서 세상을 시끄럽게 해야겠느냐 생각도 했습니다. 정말 국민을 사랑하고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많은 훌륭한 분들이 바쁜 일 잠시 놓으시고 정말 중요한 국가 대사를 좀 뒤돌아보시기를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의료제도가 제대로 바뀌면 나라와 국민 전체가 제대로 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제의하고 싶은 것은 ‘본성으로 돌아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에게는 본래 ‘나’가 없습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는 ‘나’가 없습니다. 나를 넘어선 게 바로 ‘우리’입니다.
우리 역사와 문화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질 않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 여러분이나 나나 ‘나’를 버리고 하나로 갑시다. ‘우리’로 갑시다. 마음 수련이든 어떤 수련법을 하든지 간에 자기 본성을 찾아야 합니다.
국민 모두가 특히 이 나라 지도자들이 자기 본성으로 돌아가야 제대로 된 사회가 이뤄지고 의료제도도 제대로 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신명나는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정말, 신명이 세상을 뒤덮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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