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청소하는데 갑작스런 물음이 던져졌다. 사무장님께선 내게 왜 여기서 일을 하냐고 물었다.
‘그냥 좋아서요.’
그렇게 얼버무리려는데 대충 넘어갈 사무장님이 아니다.
‘뭐가 좋은데?’
적당하게 피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구나~ 피할 수 없이 대답해야만 한다.
‘간호일도 하고, 사무도 보고....’
날카로운 답변이 이어진다.
‘그런 건 꼭 여기가 아니라도 되잖아?’
....
‘생각해 보고 오늘 중으로 대답해 줘.’
이젠 피할 수 없다. 왜 여기서 일을 하는지 대답을 드려야만 한다.
왜냐고,..
이젠 기억에서도 가물거리는 오래 전 , 너무도 간절히 갈구했었다. 스스로의 의식이 파멸로 치달아가는 듯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날들...... 매일매일 그런 암흑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병명도 없었지만 몸은 나날이 무거워졌고, 얼굴은 칠흑같이 어둡고 뻣뻣해져 갔다. 몹쓸 망상 속에 젖어서 허우적거리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그래서 아주 간절히 구했다. 나를 구할 수 있는 진정한 힘을, 몹시도 간절히 원했었다. 그렇게 인산할아버님으로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탐미라 할만치 인산할아버님 관련 저서를 보고서는 뜸을 떴다. 얼마나 뜨고 싶었는지.... 그저 떠야만 한다는 일념밖에 없었다. 주위고 뭐고 보이는 게 없었다. 뜸자리를 보시곤 아연실식 하신 채 거품을 무신 어머님도 보이지 않았다. 빨리 병원에 가자는 말씀에 무시해 버리며 현대의학을 비웃었던 난, 아마도 광신도의 무엇같이 보였으리라. 그러한 어머니께 신약세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며 무리하게 이해해줄 것만 종용했던 나! 할아버님의 깊은 생각(生覺)을 이해 못한다며 주변 사람들을 무시해버렸던 나! 그저 책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내가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여겼던 나!
지금 내가 이 곳에 있는 이유는, 그 때 반드시 필요했었던 자료 때문이다.
국어사전처럼 할아버님 언록만 적혀있는 것으로는 인산할아버님의 생각에 대해 설명할 때, 너무도 접근하기 힘들었다. 끝까지 한 번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그런식으론 설명하기 너무 힘들다. 한 눈에 들어올 만큼 명확하고도 재미있는 할아버님 이야기책이 없었다. 하얀 종이위에 까망 글씨만으로 표기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렇게 하니까 너무 알아보기 힘들잖아? 그림으로도, 플래쉬로도, 일러스트로도, 동화책으로도, 음악으로도.... 작업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는 세상이다.
누구도 재밌게 볼 수 있는 할아버님 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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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에 대한 집착어린 집념을 끊지 못하자 어머님께선 일가친척까지 동원하셨다. 제발 우리 딸 마음 좀 잡아달라고 애걸하셨나 보다. 이모가 나섰다.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라며 내 마음을 잡아주려 애써주셨다. 자신 있었던 난, 책으로 안되자 인사동에 갔다. 내가 아는 건, 이상한 게 아니라, 이렇게 번듯한 체계를 갖춘 무궁무진한 세계라고 소개하고 싶었다.
그치만 반응은 냉담했다.
지금 내가 이 곳에 있는 이유는, 그 때 애태우도록 갈망하였던 소망 때문이다.
‘인산가’가 ‘삼성’정도의 브랜드 인지도만 지니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저 그곳에서 일러준 것이라고만 가지고도 신뢰할 수 있을만한 권위적인 무엇이 있어야 했다.
병원이다! 할아버님께서 준비해 주신 의학 체계로의 접목이 시행되는 연구 기관. 이미 체계적으로 상당수 정리된 할아버님 처방을 환자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병동. 인산의학에 대해 분명한 정립이 되어있는 의사.
안될게 없다. 우리나라는 공간에 녹아있는 약성이 세계 제일인 국가다. 전 세계인의 보물 - 감로정이 만공한 유일한 국가가 아닌가? 이런 공간에서 만들어진 약이 세계적으로 퍼지지 않는다는게 오히려 이상하다. 이런 땅 위에 세계적인 병원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하다. 이제라도 뜻을 모았다는 게 반갑다. 오히려 늦은 감이 든다.
인산의학이 중심인 세계적인 병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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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갈망으로 터질 듯했던 내 가슴은 이제 시간 속에 묻혔다. 항상 나더러 꺽으라고만 했던 주위사람들에 지쳐 밟히다가 이젠 정말 이 곳에서 발을 떼려고 했었는데, 인연이 아직 남았는지 나는 또 이 곳에 있다.
왜 여기서 일을 하냐고....
이곳이 내 생기의 원천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폐인이나 다름없었던 내가 이 곳에 다니면서부터 변했단다. 엄마가 너무 좋아하신다. 어두웠던 인상이 변했고, 칙칙했던 옷차림이 변했고. 어지러웠던 방이 변했단다. 세상없이 밝고 깔끔하게 변했다고 친척들에게 자랑이시다. 이모들을 붙들고 우리 딸 좀 보라며 들떠하신다. 우리 딸 코에 난 흉터자국도 없애고 쌍커플도 만들어 줘야겠다고 신나하신다.
내가 이 곳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이젠 당당하게 말 하고 싶기 때문이다. 엄마한테든, 그 누구한테든... 나 혼자 알아선 안되기에, 몇몇 사람들만 알아서도 안된다. 보편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는 인산 할아버님 말씀들. 우리에게 뿌려놓은 씨앗들이 곳곳에서 싹터오고 있다. 우리 도해주식회사도 그렇게 자라고 있다. 아주 아주 큰 나무를 꿈꾸며...... 지금 난 그 속에 들어와 있다.
댓글 ( 13개 )
어떤 종교단체에서 어쩌네 저쩌네 하면서 모호하게 인류구원하자고 외치는 그런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라고 봐요. 그렇다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한 발씩 들여놓은거라고 생각해요. 서로가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서로 각자 열심히 하자는 말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인산의학이 중심이 되어 아마도 세계 제일의 병원이 들어설거라고 확신합니다. 왜냐 그 속에 우리가 있으니까요..,하하^^ 은지씨 화이팅 멋져요..,
암튼, 파라님+효정님! 증말 미워라..
둘다 얌체 같아염.ㅎㅎ
글구..지가 두분다 무자게 사랑하는지 아시나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데 가슴허허하다고 술로 채우질랑 마시고 다른걸로 채워보심이 어떠할른지.., 이를테면 엄청난 인내와 끈기로 술을 안한다. 그리고 뭔지는 몰라도 좌우간 열심히 정진한다. 등등 많을거 같은데 ..., 흔들리지 않겠지만 너무 꿈에 환상에 흔들리면 어지러워요. 깨어나시기를.., 이렇게 말하면 오뚜기님은 아마도 우리가 꿈속에 있다고 할 터이지만..^^
지구촌 인류가 무병 건강 장수 하는 것이 인산 의학의 목표가 아닌가 생각 되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