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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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경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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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뱀사골쪽에 ‘간장소’가 있다. 지리산 계곡에 소(沼)가 많지만 이색적인 이름이다.
소금 장수가 하동에서 화개재를 넘어오다가 소금가마니를 빠뜨려 소금이 계곡물에 녹아 간장 빛과 같은 소가 되었다는 설화를 지닌 지명이다.
아무리 험난한 골짜기에 있는 마을에도 소금이 필요하기에 소금장수가 다녀갈 수밖에 없었다. 동서고금을 통해 소금은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었다.
소금에 대한 상반된 견해
건강과 관련하여 소금에 대해 상반된 두 견해가 있다.
하나는 소금이 건강에 해로우니 섭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소금이 인체에 필수적이니 짭짤하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금의 필요성 여부에 대한 중용의 도는 실종되어 헷갈리게 하고 있다.
1981년 미국 식품의학회가 고혈압증세가 있는 환자에게 소금을 섭취하게 했더니 혈압이 올라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자 미국 심장협회와 보건국은 염분 섭취량을 줄이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 소금 유해론이 현대의학의 정설로 굳어지게 된다.
많이 섭취하면 고혈압과 동맥경화 심장마비를 유발하고 위와 간, 신장에 부담을 준다고 주장하는 소금 제한론자들의 말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소금 중 제일 좋은 것은 염전에서 만든 천일염인데 여기에도 위장의 벽을 헐게 만드는 황산마그네슘이나 간수의 독이 되는 핵비소가 들어 있다.
이 핵비소는 암세포를 죽일 만큼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또 간수는 단백질을 만나면 굳는 성질이 있기에 두부 만들 때 사용한다.
간수가 많이 든 소금을 먹으면 응고작용으로 심장에 압박을 주어 심장병이나 동맥경화, 고혈압을 일으킨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많다.
핵비소는 암세포를 죽일 만큼 강한 독성을 지녔지만 적당량을 먹으면 사람을 살리는 명약이 되고, 간수도 빼서 두부 만들 때 사용하면 이득이 된다.
소금은 독을 없애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피를 맑게 해주고, 노폐물을 배출시킨다. 또한 살균 및 방부 작용, 항균작용, 혈압과 체중조절 등 유익한 작용을 많이 한다.
미국 런 웨이 박사는 “소금을 많이 먹어서 죽은 사람보다는 오히려 적게 먹어서 죽은 사람이 더 많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하였다.
소금은 우리 식탁에서 가장 기본적인 반찬인 된장, 간장, 고추장의 주 재료가 된다.
무심코 사먹는 대기업 식품회사의 김치와 장류는 미네랄 성분이 전혀 없는 순도 99%의 기계염을 사용하고 있다.
빵과 햄버거, 치킨, 스낵 등의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천일염은 불순물이 많다는 이유로 사용을 규제하고 있고 대신 기계염이나 수입 암염을 사용하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소금들은 천일염이 갖고 있는 영양분이 없거나 적다는 점이다.
일본은 70년대에 전국의 염전을 없애고 기계염을 식염으로 먹기 시작했는데 미네랄의 부족으로 영양의 균형이 깨져 영양학자들이 뼈저린 후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염전을 없애고 관광지로 만드는 곳이 많은데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소금의 유해성분을 제거하고 효능을 강화시키기 위해 볶은 천일염이나 죽염은 유익한 소금이다.
실제 죽염은 갖가지 병을 고치며 많이 먹어도 물이 당기지 않는다.
소금은 시대와 불화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수만 년 유전적으로 내려 온 인체는 늘 소금을 필요로 한다.
불변의 가치가 필요한 시대
소금을 기피하다보니 임산부의 양수가 단물로 바뀌고 있다.
양수란 소금물이다.
자궁속의 양수는 태아가 세균이나 질병에 감염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요즘 임산부들은 아이스크림이나 과일을 많이 먹어도 소금은 잘 먹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양수는 단물로 변질된다. 소금물 속에서 자라야 할 태아가 단물 속에서 자라기에 병약하게 태어난다고 한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있고 엽기적인 흉악 범죄도 횡행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어느 때보다 소금이 필요하다.
소금과 같이 썩지 않는 일관된 가치가 우리 사회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가족 간의 화목이고, 이웃 간의 도덕률이며, 국리민복의 깨끗한 정치이기도 하다. >
결코 손쉬운 부나, 일시적인 영달, 찰나적인 쾌락은 아니다.
그것은 또한 어려움을 견뎌 나가는 인내이고 서로간의 따뜻한 격려이며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는 희망이다.
세상의 부패를 막는 소금이 절실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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