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초고속 입담·열정으로 ‘흥 솟는 샘’ 파죠 | |
게임중계 10년 베테랑 전용준 캐스터 |
게임캐스터 전용준(37·사진)씨는 올초 중계를 마치고 한 동안 눈물이 주루룩 쏟아지더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11년 게임방송 역사에 프리랜서 게임중계 경력 10년, 부산 광안리에서 기록적인 10만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계방송을 하기도 했다.
‘멀리 자랑스런 대한민국에 계신 국민여러분...’ 이같은 월드컵 중계방송식 멘트를 하며 최초로 게임 해외 위성중계를 한 사람도 그였다.
광안리 대전·첫 위성중계 등 진행 정상급 “게임은 게임일 뿐, 현실세계와 구분해야”
“어느새 열정은 식고 타성에 젖고 있는 저를 발견한 거죠. 그날 참 형편없이 방송했습니다. 그냥 눈물만 줄줄 나더군요.”
그가 국내 게임 캐스터 10여명 가운데 으뜸 축에 든다는 건 웬만한 팬들도 다 인정한다. 비결이 뭘까?
“중계할 때 하는 말은 톤과 스피드 그리고 어휘표현으로 승부가 난다고 봐요. 비속어와 저속어가 아닌 한, 어법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외래어나 신조어 등 가리지 않아요. 경기 상황을 최대한 정확히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언어, 비언어 표현 모두 섞은 저만의 사운드를 사용합니다.
나도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말하거나, 귀청이 아플 정도로 하이톤으로 질러댑니다. ‘저 인간이 저렇게 정신나간 듯 떠드는 걸 보면 뭔가 중요한 순간이군, 경기 좀 집중해 봐야겠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거지요.”
전씨는 “게임중계 때는 팬들이 쓰는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점사(한곳을 집중 사격하는 것)와 ‘역다크’(전술의 일종)나 발 업(발 up, 뛰는 속도 업그레이드) 같은 말들은 어법상 문제가 있더라도 팬들의 표현이라 그대로 쓴다”고 했다. “게이머들의 새로운 표현, 말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정말 경이적입니다.
비록 어법에 안 맞고 사전에 나오는 표현은 아니지만, 게임 상에서는 게이머들이 만든 표현이 제일 적확합니다.
그래서 게이머들이 일상에서 쓰는 말에서 용어를 찾고, 멘트를 고릅니다. 게임중계는 새로운 장르이니만큼 다른 것에 구애받지 않고, 단지 시청자들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더 즐길 수 있도록 흥을 북돋을 뿐이지요.”
그의 중계는 보통사람들의 2배 가까운 속도다. 그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나? “빠른 속도, 과도한 몸짓, 반복적인 고성의 사용 등 저의 중계를 특징짓는 요소들의 원천은 역시 힘, 즉 에너지입니다.
정신력은 그 다음인 듯합니다. 슬럼프를 느낄 때 실내자전거 타기, 아령 들기 등의 운동강도를 높입니다.”
큰 목소리로 열정적으로 중계하다 보면 목이 쉬거나 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목 관리 방법이 있을까.
“쓸데 조심해서 쓰고 가능하면 안 씁니다. 하지만 가수가 아니어서 좋은 목소리는 필요 없지요.”
그도 오버페이스 해서 목소리가 거의 안 나오는 참담한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방송펑크는 딱 한번 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목에 좋은 걸 꾸준히 먹는다.
천연 항생제라 불리는 ‘프로폴리스’와 아홉 번 구운 ‘죽염’.
물론 담배는 입에 안 댔다.
2007년 국내 게임시장의 규모는 5조1436억원, 수출 7억8000만달러. 10대, 20대 남자 시청률 1위. 게임은 문화나 산업측면에서 주변부가 아니라 바로 중심부로 바짝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는 이야기도 그치지 않는다.
“현실과 게임 속 가상현실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청소년의 몸과 정신은 분명히 현실에 존재합니다. 다만 잠시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게임 세계로 접속할 뿐임을 잊지말아야 합니다.”
글 이상기 선임기자 amigo@hani.co.kr
사진 김정효 <한겨레21>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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