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어려선 올망졸망 세 아이 데리고 어디든 못 가는 곳 없이 쏘다녔건만
아이들 커가니, 학원 과외니 공부 핑게로 온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이 쉽지 않다.
어제 일요일도 고 2 둘째 아이는 수행평가로 집에 두고
대학교 다니는 큰 아이와 중3인막내 아이를 데리고
아이엄마와 함께 장성 백암산 기슭에 자리 잡은 천년 고찰인 백양사를
새벽5시 반에 서둘러 출발을 하였다.
여행경험으로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을 여유롭게 보기 위해선
남보다 더 부지럼을 떨어야 하기에
달콤한 새벽잠을 깨워 어둠을 헤치고 광주를 출발하여 백양사를 향했다.
차 속에서 먹는 김밥 한 줄에 아침을 대신하고 동터 오르는 아침 여명을 느끼며
새벽에 도착한 백양사는
우리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새벽 안개와 더불어 붉게 타르는 단풍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모여든 사진작가들과
불가신자들 틈에 백양사 너머 약수암까지 가파른 산행을 하면서
탄성이 절로 나오는 가을 절경에 셔터를 누르며
구슬땀을 흐르며 올랐던 약사여래 불 앞에
아이엄마와 함께 삼배를 올리며
이번 도해 가에서 심혈을 기울린 신약 오핵단과 더불어 건강을 되찾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
백암산을 하산 하면서 단풍절경으로 유명한 백양사에서
내장산으로 넘어 가는 산 속 길의 아름다움을 알기에
막내 과외시간 때문에 서둘렀던 가을여행길을 접고 욕심 내어
마음을 접어 막내 아이만 백양사 버스터미날에서
집으로 보내는 야속한 부모(?)가 되기로 하고 슬그머니 속내를 이야기 하니
막내 녀석이 더 신이 난다. 홀로 버스 여행을 하고 싶다나....
이 녀석 꿍꿍이 속을 헤아리니 넉넉한 여유돈도 챙기고 호가심 발동이겠지
터미날에서 버스표을 끊어주고 비상금과 함께 집으로 떠나 보내는 막내의 뒷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하나 둘 떠나 보내는 심정을 미리 경험한 것 같았다 ,
군대 보내는 부모 심정이 이럴까?
백양사 입구에서 내장산 가는 길은 정말 아름답다.
가는 길목 사과 밭에서 서리 맞은 사과 한아름 사고
속이 보랏빛 나는 고구마도 샀다.
얼마 전에는 비 오는 날 아이들과 함께
이 곳 사과 과수원에서 직접 따서 먹는 사과맛에 반해,
맘씨 좋은 노 부부에게 푸성귀도 사고 덤으로 받는 인정에
이 곳 농장의 식구가 된 듯 싶다.
핏 빛 단풍 터널 속을 지나 듯 백양사에서 내장사 입구까지 가는 길은
언제 가도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아침이 되어 가면서 서울 방향에서 들어 오는 내장사 입구쪽에서
오는 차량행렬이 장난이 아니다.
오랜 여행 경험으로 이 곳을 빠져 재빨리 차를 돌려 정읍 입구에서
쌍치고개를 넘어 담양 추월산으로 향했다.
담양호와 금성산성에 둘러 쌓인 웅장한 바위가 장엄한 추월산...
정상에 자리한 보리암자까지 가파른 비탈진 등산로는 경사가 심해 바위 사이 사다리를 의지하며
동아줄에 매달려 열심히 따라오는 큰 아이와 아이엄마가 대견하였다.
아슬아슬한 등산로를 따라 약 한 시간 반을 오르니
확 뜨인 정상이 우리 가족을 반긴다.
보리암에서 들이키는 시원한 약수 한 사발에 흐르는 땀을 씻고
양지바른 곳에서 먹는 꿀 맛 같은 점심식사,
오르는 길이 있으면 내려 가는 길이 있지 않은가~!
가을 억새가 제법 사납게 부는 가을 바람에
흐트러지게 하늘거리는 늦가을 날,
백양사에서 내장산까지 그리고 다시 쌍치재(칠보계곡 )를 넘어 추월산 정상까지
성숙한 여인처럼 완연한 가을을
가슴에 안아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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