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환약이 있다면, 모든 사람이 먹어서 깨달음을 이룰 것이 아닌가? 청정법신 비로자나 부처를 환약으로 이룬다면 굳이 세존께서 입이 쓰게 장광설을 늘어놓을 필요도 없을 것이니 넌센스 같은 꿈이 분명하다. 어찌 청탁이 있어 물들음이 있겠는가만, 세속인의 취향에 맞추어 청심환이라 이름지은 약이 있다.
여기서 心이란 불의 상징이다. 천지간에 불이 있어 이로움을 주지만, 인체에도 불기운이 있어 성숙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문제가 되듯이, 불의 기운이 넘치면 질병이 된다. 질병의 원인은 크게 나누어 내상과 외감이 있는데 내상이란 모든 감정, 즉 오욕칠정으로 오는 병이고, 외감이란 모든 외부적인 조건, 즉 음식이나 환경 기후조건의 악영향으로 오는 병이다.
문명이 발달되어서 외부적인 조건은 상당히 윤택하여진 요즈음 오히려 기이한 난치의 질병이 갈수록 창궐함은 내부적인 마음의 조화가 결여된 탓인데 바로 心火로 인한 질병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 생각이 어지러우면 風이요, 한 생각이 쾌락적이면 火인 것이다. 능엄경에 말씀하시기를 欲火가 치성하면 뜨거운 구리기둥을 붙드는 지옥의 과보를 받는다 했으니, 한 생각의 끓는 피는 곧 화기의 억센 질병과 고통을 수반한다.
또한 분노가 치성하여 열이 치밀어 오를 때, 몸이 더워지고 떨리는 것은 육체적인 현상이지만, 분노의 마음은 곧 마음의 영역이 아닌가? 뜻을 품는 것은 마음작용이지만 육체의 반응은 즉각 동시적이므로 마음과 육체는 분리되어 질 수 없다.
이러한 분리가 곧 죄악이며 삿된 소견이다. 모든 것을 둘로 나누어 보는 소견인 분리의식은 그 자체가 번뇌이자 죄악이다.
한 생각이 욕심과 분노가 있어 풍화의 질병을 일으키므로, 물질 중에서 그 화를 억제하고 풍을 순하게 하는 약물을 선택하여 조제한 것이 속칭 우황청심환이라 하는 환약이다.
소가 황달병에 걸렸을 때 소의 쓸개를 채취한 내용물인 우황과 사향이라는 기이한 성분의 궁노루 사슴의 배꼽 분비물과 주사라는 광물질과 서각이라는 물소뿔과 영약각이라는 뿔의 끝부분 등 30가지 약물이 조합된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중에 콩나물이 꼭 들어가야만 하는데 이름도 거창하게 대두황권이라 붙여 놓았다.
오죽 급하면 병든 축생의 쓸개나 멀쩡한 동물의 배꼽이나 뿔 등을 가져다 그의 힘을 빌려 건강을 조정하고 싶었겠나만 만물의 영장으로 부끄러운 일은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고인이 인간을 측은하게 여겨서 약재료를 엄밀히 심사하여 남겨놓은 귀한 처방이지만, 부득이한 일이지 이것을 항상 의지하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탐욕과 분노가 없다면 청심환은 무슨 필요며, 중풍 고혈압 당뇨가 어찌 날뛰겠는가? 한 생각을 고요히 돌이켜 반조하면 모든 질병의 치료능력이 스스로의 자성에 이미 갈무리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세기의 질병인 중풍, 당뇨를 청심환 같은 약물로써만 청소하려는 것은 심히 어리석은 일이다. 불씨는 항상 속에 남긴 채 겉불만 꺼놓고 안심하는 바보같은 세대의 약물의존적 망상 때문에 날로 정신적 원인의 질병은 늘어만 간다.
진짜 청심환을 찾아 먹으려면 먼저 생각을 쉬고 쉬어가는 것이 제일이니 옛 선사의 게송을 소개한다.
쉬어가고 쉬어가며
한생각곧 만년같이
차가운재 고목같이
옛사당의 향로같이
한가닥의 흰실늘어
놓은이것 道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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