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과 한약, 만성질환 치료효과 높다”
“전통의학과 현대의학 조화 이룰 때”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던 제59회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의 통합이 강조돼 향후 각국의 보건정책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이 같은 사실은 WHO 총회 이틀째인 지난달 23일 영국의 찰스 <사진> 왕세자가 ‘동서의학의 통합’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함으로써 확인됐다.
기조연설에서 찰스 왕세자는 “자연을 활용하여 수확을 거두기보다는 자연의 밑천을 갉아먹음으로서 이제 자업자득을 초래하기 시작했다”고 전제하고 결론적으로 “통합은 국민의 전체 보건차원에서 볼 때 모든 국가에서 점차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예전의 것과 현대의 것 중 최고의 것을 섞는 것을 통합적인 접근이라고 밝힌 그는 통합을 통해 인간과 자연 사이의 깨지기 쉽지만 필수불가결한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적 접근은 특히 의학의 영역에서 추구돼야 할 과제로 제기됐다. 고통을 예방하고 통제하는 데 환원적으로 해결하는 관행으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부분적으로 보기보다는 공동체와 문화, 생활방식, 그리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여 조화와 아름다움에 대한 삶의 욕구 등 인간관계와 인간정신을 치료적 특성으로 포괄하는 시각을 가질 때 건강해진다고 주장했다. 건강은 모든 것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서양은 동양에서, 새로운 것이 오래된 전통에서 배울 수 있어야 전체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보고 서양의학도 정신과 신체, 자연세계와의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는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 보완적 치료법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의학이 외면당한 것은 ‘현대화’하려고 부주의하게 서둘거나 혹은 ‘구식’ 내지 현대적 필요와 ‘무관’하게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거꾸로 그는 동양의학이 치료효과가 있다는 증거로 침과 한약의 효능효과를 들었다.
그런 예로 그는 영국에서 일반시술자의 50%가 보완의사에게 의뢰되고 있으며, 75% 이상의 환자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을 결합한 치료를 선호한다는 통계지표를 제시했다.
그는 영국의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스몰우드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완의학이 요통, 무릎관절염, 스트레스, 불안, 우울, 수술후 메스꺼움과 통증과 같은 분야에서 서양의학의 갭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찰스 왕세자는 통합적 접근의 중요성을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어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그는 지난 11년간 통합보건재단의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WHO와 공동으로 건강을 증진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결과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했다.
이 재단에서 그는 영국 전역에서 통합적 접근을 개발하는 임상가협회를 창설, 한때 주변적 의학으로 여겨지던 보완의학을 주류의학의 반열로 끌어올린 것으로 자평했다.
그는 기조연설 말미에서 “우리가 과거와 현재 사이의 싸움을 개시한다면 우리는 미래를 잃게 됨을 알게 될 것이다”는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의 말을 인용해 “인체와 세계를 무관계한 요소의 집합이라고 취급한 과거의 유산을 후회하는 것은 무익하다”면서 “인간 보건과 다양한 사회와 현대의 생활방식, 그리고 깨지기 쉬운 생태계와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는 미래의 수호자가 돼 줄 것”을 희망했다.
아울러 그는 “부분에 대한 치료는 전체의 치료 없이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플라톤의 말과 ‘건강을 신체, 정신, 그리고 사회적 복지의 온전한 상태’로 규정한 WHO헌장을 들어 고대의 잘 다듬어진 최고의 것과 현 시대의 과학의 엄밀성을 결합한 통합적 보건이라는 고상한 지도원리를 육성해 세계의 미래 보건의료를 위한 새로운 비전에 초석을 놓아줄 것을 촉구했다.
찰스 왕세자의 기조연설은 우리 나라 대표단에게도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는 후문이다. 총회에 참석했던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은 “한의계를 위한 연설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줄 정도였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한의계의 한 관계자는 “동양의학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인의 필수 치료수단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그의 연설을 계기로 동양의학은 우리 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의 보건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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