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된 간장 1.5㎏이 1억!
농산물도 오래 묵히면 ‘골동품’
17년산 1㎏ 된장 48만원… 100년 된 제품도
100년 묵은 간장, 17년 된 된장, 10년 삭힌 식초….
농산물도 오랜 묵히면 ‘골동품 명품’이 된다. 이런 명품은 부르는 게 값이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0년까지 묵혀 탄생한 농산물들이 서울에서 선보인다.
작년 말 ‘농산물의 예술화’를 지향하며 설립된 한국농어업예술위원회(집행위원장 이재영, www.plantopia.org)는 4월 4~8일까지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스카이돔 갤러리와 야외데크에서 ‘골동 농어업예술품전시회’를 연다. 경기도 여주(작년 10월)와 부산(올해 1월)에 이은 첫 서울 무대.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여주 윤사분씨 농가의 60년산 간장(작품명 ‘냉각 마그마’). 총 6kg 무게의 간장 가운데 75%가 세월의 흐름 속에 진주모양을 연상시키는 소금 결정체로 아름답게 굳었다. 그 틈을 뚫고 나머지 1.5kg 가량의 간장액이 분출된 모양을 보여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 ‘항아리라도 살려볼까’란 생각에 윤씨 아들이 내용물을 버릴 뻔했지만, 우연히 이 소식을 접한 위원회측이 감정에 들어갔다. 식품학자·요리사·화가 등 심사위원들이 소금 굵기와 새로 만든 간장과의 염분 차이, 간장이 졸아들면서 생긴 이미지, 빚은 사람(윤씨의 시어머니)의 생존 시기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최소’ 60년 이상 된 간장이란 결론이 나왔다. 이후 부산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의 빠른 입소문을 타고 ‘한국을 대표하는 간장’의 이미지로 거듭나게 됐다.
현재는 항아리 및 내용물 전량이 일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교포 여성으로부터 5000만원에 사겠다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오래된 간장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 골동품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몰려와 식당 매상이 늘 것’이란 기대 때문. 이에 대해 위원회측은 ‘일본에 팔 땐 제값을 받아야 한다’며 추정 감정가 1억원 제시, 가격협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감정가를 공인 받은 ‘제1호’ 골동품 농산물이 될 것인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간장업체 등이 “한국 대표 간장을 일본에 팔지 말고 계속 전시해 달라”고 간절히 요청해 난감한 입장이라는 후문이다.
또 부산 출품 당시 1kg당 12만원에 모두 팔렸던 충북 익산 서혜숙씨 농가의 17년 된 된장이 이번에는 4배나 오른 값에 다시 선보인다. 술꾼 아들 몰래 숨겨 놓은 술이 식초가 돼 버린 ‘10년산 식초’와 수라간(水刺間) 궁녀가 만들었다는 95~100년산 추정 간장,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굴한 장기 저장 식품 등도 입맛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전시회엔 50여 농가와 종가(宗家)의 간장·된장·고추장·젓갈·식초·술·장아찌 등 120여점이 출품된다. 관람객들은 ‘작품’(‘상품’이 아니다!)을 맛보거나 구입할 수 있다. 전문가 부족으로 감정가는 제시되지 않았으며, 출품자와 수요자의 합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전망이다.
출처 조선일보
댓글 ( 1개 )
흥미 있는 소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