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학’ 운동 펴는 건강연대 이지은 집행위원장
[한겨레 2005-07-03 19:42]
[한겨레] “의사가 못 고치는 병은 어떡하나요” “의사가 못 고치는 병은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이 물음은 한국건강연대 이지은 상임집행위원장이 10년 이상 품어 온 화두다. 이 화두는 한국건강연대가 열고 있는 전국 순회강연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병원이나 한의원에서 고칠 수 있는 병이 넉넉하게 잡아도 20∼30% 밖에 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많은 환자들이 병원과 한의원에서 치료하다 병이 낫지 않으면 제도권 밖의 의료인들을 찾아다니게 됩니다. 하지만 법이 이를 막고 있습니다.” 이 위원장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정한 의료법 제25조를 든다. 병을 고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가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다른 이의 병을 고쳐주는 행위로 인해 처벌받는다는 것이다.
“이 법 때문에 병을 고칠 수 있는, 다양하고 뛰어난 민족 의술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토피·폐결핵 병치레 끝에
자연의학으로 건강 되찾아
“비의료인 의료행위 막는 법
환자보다 의사권익 보호
뛰어난 ‘민족의술’ 죽는다 이 위원장은 병원에서 고치지 못하는 병을 민족 전통 의술을 통해 고친 수많은 사례를 알고 있다. 그는 조금만 노력하면 스스로 고칠 수 있는 병도 많다고 했다.
그 자신이 그랬다. 그는 나면서부터 “부스럼쟁이”로 불릴 정도로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다. 기침,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페니실린 주사에 의존해 살았다.
20대에는 폐결핵을 앓았다. 결핵 약을 먹으니 이번에는 약물성 간염과 위궤양이 왔다. 오랜 세월 병마에 시달리며 얻은 결론은 “자연의학”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것. 깨끗한 먹을거리부터 시작해 스스로 몸을 돌보기 시작했다. 민간에 전승되는 다양한 치료법도 쓰면서 병을 고쳤다. 이 위원장은 그 때부터 민족 고유의 치료법에 눈길이 갔다. 전통침술, 봉침, 쑥뜸, 죽염요법 등에서 약손 요법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치료법이 민족 문화에 남아 있었다.
“우리 민족은 뛰어난 치유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문화는 몸에 배어 우리 조상들은 아플 때 서로서로 치료를 해주면서 건강을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엔 돈을 받지 않고 남을 치료해줘도 문제가 됩니다.” 이 위원장은 치료 방법과 치료자를 선택할 권리는 국민의 절대적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병원이나 한의원에서 고치지 못하는 병을 가진 사람이 이른바 민중의술을 가진 사람을 찾아가는 것을 법으로 막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환자 보호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 그 법은 의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위원장은 의사들과 싸울 생각은 없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배운 대로 믿고 행동할 수밖에 없으며 알면 이해하게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국민을 대상으로 스스로 몸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알리는 운동을 펴려고 한다.
한국건강연대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아이들의 건강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2005인 선언’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건강연대는 학교급식 개선 사업, 안티 패스트푸드 운동, 국민건강기본법 제정 1000만 명 서명운동 등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국민이 원하면 모든 게 가능합니다. 환자와 의료인이 모두 행복해지는 쪽으로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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