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의료사고… 피해 해결은 ‘0’
[문화일보 2006-02-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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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매년 최고 2만7000명 추정… 분쟁 1만건::) 회사원 L(강원 강릉시)씨는 지난 2002년 12월 이후 4년째 병원을 오가며 부인 K씨의 치료에 매달리고 있다. 당시 빙판길에 넘어 져 발목골절상을 입은 K씨가 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맞은 뒤 겪 은 전신마비 증세와 이어진 후유증 때문이다. K씨는 항생제 주사 를 맞았다가 온몸에 반점과 물집이 잡히고 고열이 계속되는 데다 말도 못하는 등 전신마비 증세로 한때 사경을 헤매야 했다. K씨 는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거의 회복됐지만 온몸에 남은 반점 탓 에 공중 목욕탕과 찜질방에도 가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원 K(경기 수원시)씨는 2002년 3월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폭력배에게 폭행 당한 뒤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8시간 뒤 숨졌다.
K씨 가족들은 “광대뼈와 갈비뼈가 부러진 사실이 부검 결과 드 러나는 등 부상이 심했는데도 병원측이 환자를 취객으로 잘못 알 고 6시간이나 방치하는 바람에 숨졌다”며 병원 측을 상대로 소 송을 진행중이다.
◈의료사고 피해 급증 추세=이같은 의료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 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9일에는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갑상선환자의 위를 절 제하고 위암환자의 갑상선을 제거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었다. 지 난달 서울대병원에선 입원 중인 환자가 제때 응급처치를 받지 못 해 혼수상태에 빠진 뒤 사망위기에 놓인 의료사고가 터진 데 이 어, 지난 2일에는 충남대병원에서 의료진이 간암 진단 후 개복수 술을 시행했으나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아 봉합하는 의료사고가 발 생했다.
의료전문가들은 이같은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4000~2만 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 르면 의료사고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00년 450건에서 2001년 5 59건, 2002년 727건, 2003년 661건, 2004년 885건, 2005년 1093 건으로 6년 동안 142%나 늘어났다.
의료사고 관련 소송도 738건을 기록한 2000년 이후 매년 1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은 정부기관에 접수되거나 소 송을 내지 않고 다툼만 있는 경우를 포함할 경우 실제 연간 1만 여 건의 의료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술비용과 후유증을 피해자에게 전가=의료사고가 급증하고 있 으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가족 등 피해자가 떠맡는 것이 현 실이다. 소비자보호원의 분석결과 의료사고의 74.2%가 의료진의 부주의나 환자에 대한 설명 소홀 때문에 발생하고 있지만 수술비 용 등 피해는 환자측이 대부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피해자가 의 료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의료진의 오진 여부를 밝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오진으로 인한 수술 후유증 과 수술비용까지 내고 있다.
또 피해 구제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 탓에 피해자가 병원과 장기간 고비용이 소요되는 소송을 하기는 역부 족이다. 의료분쟁을 해결하는 법원의 판결 및 조정제도가 있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6년 이상이 걸리는 탓에 피해자들은 대부분 소 송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의료전문변호사들은 전한다.
실제 전국 16개 시·도에 설치된 의료심사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매년 신청건수는 20여건에 불과한데다 단 한 건의 조정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홍국기자 archom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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