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철재 기자] 미국 연방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선전하는 시중의 건강식품 중 상당수가 허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해외인증 컨설팅 업체인 데이타트론 코리아는 "엄격한 의미에서 국내에서 생산된 건강식품 가운데 FDA 승인을 받은 제품은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9일 밝혔다.
이 회사는 "FDA 승인과 FDA 검사 통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며 "상당수의 국내 건강식품회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FDA의 일반식품검사 관련 규정에 따른 검사'를 받은 것을 'FDA 승인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허위광고"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 측은 "건강식품뿐만 아니라 의약품.의료기기와 같은 건강 관련 상품 전반에서 FDA 승인이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FDA 승인을 받은 국내 제품은 LG생명과학의 팩티브 등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데이타트론 코리아에 따르면 FDA의 일반 식품검사는 성분.함량.유해성분 등을 검출하는 단순한 성분 테스트로 미국에서 식품으로 판매하는 데 필요한 절차에 불과하다는 것. 반면 FDA 승인은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한하는 게 원칙이다.
건강식품의 경우 ▶제품의 특정 성분이 GRAS(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물질)에 해당하는지▶'고혈압에 좋다' '당뇨에 효과 있다' 등 제품의 효능이 정말 있는지 등에 대해서만 인증을 받는다.
그런데도 일반 식품검사만 거치고도 'FDA가 제품을 승인했다'고 발표하는 사례가 많다고 데이타트론 코리아 측은 밝혔다.
데이타트론 코리아에 따르면 국산 의료기기나 수입 제품에서도 과장광고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FDA 승인을 받았다고 광고하는 A제품의 경우 회사와 제품명을 FDA에 등록하는 등 미국 수출에 필요한 기본절차를 밟았을 뿐인데 마치 FDA가 승인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FDA 살 빼는 효과를 입증했다'는 한 다이어트 용품은 FDA 데이터베이스 검색 결과 관련 승인을 내준 적이 없었다고 데이타트론 코리아 측은 설명했다.
이처럼 건강식품이 너도나도 FDA 승인이라고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A사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FDA 승인을 획득했다고 하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손쉽게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타트론 코리아 관계자는 "아직은 국내업체들이 오랜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 상당한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FDA 승인을 받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댓글 ( 0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