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은 시고, 내용은 달고, 핵은 맵고 쓰며, 전체적으로는 짠맛이 있는 오미자는 말 그대로 다섯가지 맛이 다 들어 있다. 오미가 다 들어 있는 식물은 매우 드물다. 모든 맛을 다 지니고 있다는 것은 그의 덕성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는 뜻이다.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의 오미 이외에 떫은 맛, 매끄러운 맛 등등 미세하게 더 나누기도 하지만, 다섯가지 특징으로 분류한다. 만물은 그의 성품을 편벽되게 받고 나오는데, 대체적으로 맛이 구별되어 출생한다. 그러나 이 오미자는 유독 오미가 모두 갖추어 있으니 식물 중의 왕이라 할 것이다. 이것 역시 대체적으로 신맛이 많이 나기는 하지만 여하튼 특수한 것이다.
세상이 바야흐로 개성을 존중하는 시대라고 해서 각 개인의 특수한 성품을 강조하는데, 이는 전인격적인 인간형성에 방해가 되는 풍조이다. 맛으로 비유하면 아주 시거나 아주 쓰거나 맵거나 한 식물은 가끔 약용으로나 쓰지 상용할 수 없듯이, 사람의 맛이 한 가지 맛만 지니면 부자연스러우며 실로 그 자신도 고통스럽다. 음식을 섭취함도 몽땅 섞어 먹는 것이 최고의 조화있는 식생활이다. 편벽되고 고집스러운 사람만이 오직 한 가지 맛만 즐긴다. 다른 맛은 전혀 외면하여서 좋고 싫은 것이 뚜렷이 구별되는 식생활은 인간을 좀 먹는 습관이다.
물건에 대해 편애하는 것의 무익함도 물론이려니와, 특히 맛의 편식은 위험하다. 이러한 지혜로 우리 선조들의 식탁에는 오미의 음식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다. 현대는 인간의 특이한 전문적 개성의 강조시대라고 해서, 전체적인 조화나 이해를 무시했다가는 큰일난다. 우주가 내놓은 맛은 다 있을만해서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맛의 기능이 모두 다 전체의 기능을 돕고 있다. 일부분만 선택하길 좋아하는 사람은 스스로 전체와의 조화에서 빠질 것이다. 먹으려면 모두 섞어먹을 것이니, 완전함이란 모든 맛의 전체를 말하기 때문이다.
신맛은 무엇이든지 거두어 수렴하는 작용이 있으니, 만약 신맛만을 다량 섭취한다면 그는 대단한 욕심을 가지게 되어 우둔한 성격으로 될 것이다.
「동의보감」에 신맛을 많이 먹는 자가 음욕이 많다했으니 살펴볼 일이다. 거두기만하고 내어줄 줄 모르는 정신적 변비는 곧 육체의 반응으로 나타난다. 쓴맛은 기운을 하행시키는 작용이 있으니, 쓴맛만을 다량 섭취하면 두뇌의 기능이 퇴화할 것이며, 짠맛은 굳은 것을 연하게 하는 작용이 있으니 다량 섭취시에는 의지가 박약해지고 근골의 발육이 방해될 것이다.
물론 약으로 선택해서 쓰는 경우는 이 맛의 약리적 특징을 살려서 그 반대의 작용을 완화시키기 위함이지만, 평상시의 음식은 무조건 섞어먹는 것이 제일이다.
인간의 덕성도 고루고루 맛을 갖추어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전체적인 전인격자만이 지고한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거룩하다는 것은 바로 가장 평범하게 있는 모든 것을 다 포용하여 갖추었을 때 거룩한 것이지, 한 가지 특징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용렬하고 고집스러울 뿐이다.
그런데 세상은 호떡집에 불난 것 같이 왱왱거리며 들끓는 시비의 언어가 요란하게 오가고 있음은 오미자 같은 초목만도 못한 포용력의 결여 때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아니하니 오직 간택하는 마음만 버릴지어다.
단지 사랑·증오 없으면 명백히 훤칠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