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밥 따는 노래(採蓮曲)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
秋淨長湖碧玉流 荷花深處繫蘭舟
추정장호벽옥류 하화심처계난주
逢郞隔水投蓮子 遙被人知半日羞
봉랑격수투련자 요피인지반일수
가을 날 맑은 호수 옥 같은 물 흐르는데
연꽃 깊은 곳에 목란배를 매어두고.
님 만나 물 저편에 연밥을 던지고는
행여 남이 봤을까 봐 한참 부끄러웠네.
가을날 물 맑은 긴 호수에
벽옥의 강물이 넘실댄다.
연꽃은 피고 지고,
연잎은 키를 넘고,
연밥도 주렁주렁 매달렸다.
조그만 목난배를 몰고
님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먼저 온 그녀는 부끄러워 연잎 속에 배를 매어두고
아까부터 숨어 있다.
이윽고 방죽 저편으로 님이 보이더니,
연잎 속에 숨은 나는 못보고
자꾸 엄한 곳을 두리번거린다.
기다리다 못한 나는
님의 발치에 작은 연밥을 하나 따서 던진다.
연자(蓮子)는 연밥을 말하지만,
음으로 읽으면 연자(戀子),
즉 ‘그대를 사랑해요!’가 된다.
그녀의 두 볼에
반나절 동안이나 홍조가 가시지 않았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