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신비.
고요하고 잔잔한 물, 마치 거울처럼 주변의 나무며 하늘까지 담을 수 있는 날이 있습니다. 이런 날 이른 새벽에 유리알처럼 잔잔한 물을 바라보며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좀더 깊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그렇게 잔잔한 물이 연못이라면, 그리고 그 연못에 수련이나 연꽃이 화들짝 피어 있다면 보고 또 보아도 아름다운 꽃에 흠뻑 취해서 선(禪)의 경지에까지라도 다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연꽃이 피어난 연못은 잔잔할 때, 정적일 때 아름답습니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면 행여나 여린 연꽃잎이 상할까 애처롭고, 한 낮의 뜨거운 태양을 온 몸으로 맞이하고 싶어하는 연꽃의 마음이 상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연꽃은 정중동(靜中動)의 꽃입니다. 그 뿌리는 깊은 뻘에 뿌리를 박고 있으면서도 수면 위로 이파리며 꽃몽우리며 꽃을 피울 때에는 얼마나 격동적인 꽃인지 모릅니다.
연꽃의 색깔도 여러 가지가 있어서 '백련', '홍련' 등등 색에 따라서 그 이름이 불려지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순백색의 '백련'의 은은함을 가장 좋아합니다. 순백의 순수하고 깨끗함에 이르면 '부처'가 되는 것은 아닌지요? 세상이 혼탁할수록 순수하고 깨끗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릅니다. 적당하게 타협을 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일 연꽃이 때로는 바람으로 흔들리거나 폭우로 뒤흔들려 뿌옇게 변한 황톳빛 연못의 색과 타협했다면 저런 순백의 아름다움을 간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연꽃의 속내는 마치 '윤회'의 사슬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꽃술이 그린 원은 엉켜있는 듯 하면서도 가지런하고, 가운데 씨앗을 맺어 가는 연꽃의 열매(?)는 하나의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연꽃의 속내를 보면서 듣는 소리는 '세상을 호락호락 내키는 대로 대충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대가 행동한 행동 하나 하나가 모두 그대에게 돌아올 것이니….
종교가 가지고 있는 역할 중 하나가 무엇입니까? 어두운 세상에 빛을 주는 역할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소금이다'라고 하시며 어두운 세상에 빛으로, 부패한 세상, 살 맛 안 나는 세상에서 소금으로 살아가라고 하셨습니다. 마치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등불처럼 화사하게 피어난 연꽃을 보니 과연 나는 세상에서 빛으로 살아가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막 피어나는 것들도 있고, 이제 씨앗을 단단히 맺어 가는 것들도 있습니다. 오고감이 한 곳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오고감의 한 장면이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나를 간직하고 있는 저 씨앗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꽃으로 상징되는 연꽃, 참 좋은 꽃을 상징으로 삼았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연꽃은 연꽃이지만 조금 다른 연꽃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른바 어리연꽃입니다. 전에 소개해 드렸던 어성초라는 꽃, 꽃잎처럼 생긴 부분이 꽃잎이 아니라고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어리연꽃도 우리가 꽃잎이라고 보기 쉬운 하얀 부분이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라고 합니다. 꽃잎이 퇴화를 했다고 합니다
식물도감상으로만 보다가 처음으로 어리연꽃을 보고 담은 오늘은 참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무언가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것, 소망하던 것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느껴지는 그런 행복. 이 작은 꽃들이 어쩌면 그렇게 큰 행복들을 간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연꽃은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순백의 백련(白蓮)을 찍다보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걸 느낍니다."15년여간 연꽃을 전문적으로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작가 함재호(咸在鎬·56·사진)씨가 14∼17일 전남 무안군 회산 백련지에서 열리는 제7회 백련대축제에 초청돼 연꽃 사진전을 연다. 중앙 무대 본부석 앞에 마련된 특별전시관에서 50여점의 사진과 사진을 담은 두 폭, 여섯 폭짜리 병풍을 전시한다.
자신이 믿는 종교가 불교여서 일찌감치 연꽃에 관심을 가졌지만 연꽃을 찍으면서 점점 그 자태에 매료된 것이 연꽃 전문 작가가 된 계기. 그는 사찰 백련의 원조 격인 충남 아산시 인취사에서 주지 스님인 혜민 스님과 함께 연꽃 사진 전시회(94년)를 열고 연꽃 분양에도 발 벗고 나섰다.
그동안 찍은 연꽃 사진은 10만장이 훨씬 넘는다. 꽃뿐만 아니라 소나기 내린 뒤 빗방울을 머금은 연잎, 연꽃을 안에 머금은 연잎자루, 뿌리줄기의 단면 등도 사진에 담았다. 또 꽃이 떨어지는 순간의 모습도 그의 뷰파인더를 통해 포착됐다.그는 “디지털도 아닌 필름 사진으로 10만여컷을 찍으려면 거의 미쳤다고 봐야죠”하며 웃는다.연꽃은 낮에 피었다가 밤에는 꽃잎을 닫는다.
그는 “오전 6∼7시 꽃잎이 막 열리기 시작할 때의 꽃을 ‘굴바라’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또 오후 3∼4시 꽃잎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도 멋있습니다. 인생도 가장 화려한 전성기보다 막 피어나거나 황혼 무렵이 더 아름답지 않습니까.”1965년 사진에 입문한 그는 92년 문화재포토콘테스트 문화부장관상(대상), 제18회 대한민국 사진전람회(국전) 특선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