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 버린 보광암이 주는 교훈
그래서 돈을 가지고 금강산에 가서 구경을 좀 하는데, 구경도 하고 뭐, 보던 거니까.
그래 구경도 좀 하구. 여름엔 휴양도 좀 할려구 가서 놀게 되면, 내가 스님들한테 호감이 없는 이유는, 나를 아주 인간취급을 안하는 건 좋은데 돈이 생기지 않는 인간이니까.
돈맛을 알았기 때문에 일본놈 시절에 일본놈보다 서양 사람도 오구, 휴양객이 아주 여름에는 돈을 막 달라는 대로 집어 준다.
그때 쌀 한 가마 한 달 요식비요. 최고 비싼 하숙에선 쌀 한 가마 받고 밥해 줘요, 이런데. 아주 잘 해 줘요. 옷도 다 빨아 주고 이런데.
아, 이놈의 절에 가면 한 달에 쌀 세 가마 줘도 잘해 주지 않아.
그게 얼마나 지독하게 비싸요, 이런데.
그때 내가 처음에 갔을 때 쌀 한 가마니에 5원인데 15원을 주니까 막 지랄해.
“네가 도대체 뭐인데 이렇게 받구서리 너를 밥해 멕이겠느냐?” “그래 얼마나 하면 되겠소?” “25원 내면 해주마.” “그렇게 비싸게는 안되겠소.” “그럼 나가.”
그래 쫓겨 나갔다. 쫓겨 나가서. 보광암이야. 지금 잊어버리지 않아.
다 잊어버리고 캄캄한데 쫓겨 나간 생각해서 거기 보광암이야. 금강산 외금강 보광암(普光庵)이거든, 이런데. 신계사(神溪寺) 바로 위인데.
보광암 주지한테 아주 혼침이 나고 쫓겨 나갔지. 쫓겨 나갔는데. 거 뭐 애들 시절이라 그걸 두드려 패면 좋지만 그거 아무것도 아닌 중을 때려 팰 수도 없구. 이유도 없지. 지금 돈 더 받을려구 하는 거구.
또 서울서 귀한 손님들 내려와서 25원, 30원, 50원도 막 줄려구 하는데, 나두 인간인데 미안하지 않아요? 그래 고게[거기에] 바로 그 곁에 보운암(普雲菴)이구, 보운암 위에 상운암(上雲庵)이 있어요.
그래 상운암 주지는 한 70난 노장(老長)이야. 거기 올라가서 “보광사에서 좀 올려 받겠다는데 노장님 생각은 어떠시오?” “아, 한 달에 15원이면 좋은 일등미 세 가마니인데, 더 받을 수야 있어요?” “참, 노장님 양심이오.
그럼 내 15원 드리지.” 그러고 그날부터 거게 가 있거든. 그런데 이거이 어떻게 안될라는 일이 착 걸려들 수 있어요.
내가 이번에 뉴욕 갈 적에, 고 가는 앞날에 눈이 뭐 많이 와 가지고 경사났다구 하듯이, 그러고 하와이도 가니까 비가 많이 와서 또 서늘했잖아? 나, 이렇게 겨울옷을 입고도 땀을 흘리지 않구 지냈잖아?
이러듯이 보광암에서 날 쫓아냈는데, 난 상운암에 가 자는데, 그날 저녁에 거기에 불이 붙어 가지구 아주 보광암이 없어져 버렸다.
자다가 밤중에 불이 나 가지구 아주 중녀석이 벌거벗고 뛰어나가 버렸다.
그러니 그 보운암이다, 상운암이다, 신계사다, 여기서 아 그 녀석이 이상한 녀석이지, 그 녀석이 쫓겨 나가곤 그 녀석이 와서 불 놓을 일도 없고,
그 상운암 높은 데에 가 있는데 밤중에 거기에 내려와 불 놓을 수도 없는데,
아 그게 어떻게 되는 거냐? 내려와서 불 놨다고 할라면 보광암에서 보운암에 가 있으면 가차와요.
그건 뭐 한 천m도 되나 마나 한데. 거기서 몇천m 되는 산속에 들어가 있는 상운암에 가 있는 놈이 밤중에 거기 내려올 수 없어요. 그러구 달도 없구.
그런데 보광암에서 불은 일어났다. 불 아마 그 귀한 손님들 온다구 구들 뜨끈하게 하고 어쩌고 하다 불을 질렀던 모양이야.
이래 가지구 불이 붙었는데 그 불이 붙고 나니까 보광암 주지가 벌거숭이 돼 가지고, 뭐 50원 받는 건커녕 아주 집도 절도 없어졌으니 그건 아주 어디 가버렸지, 가버리고 이런데.
내가 살아서 그렇게 되는 일 많이 눈으로 보는데 그러면 내가 심통이 나 가지구 악담하구 댕기느냐? 난 모르는 일이야 전연. 그래두 그런 일이 뒤따르거든.
그래서, 야 이거 참 사람이 저 녀석이 너무도 마음에 재앙을 불러들이더니, 결국엔 좋진 않구나.
그래서 그 마음이라는 거이 아무 욕심에 화를 불러들이지 말라는 거이 후집(後集)에도 욕불가종(慾不可縱)이니 종욕성재(從慾成災)라고 했거든. 욕심을 너무 부리진 말아라. 욕심만 쫓아가다간 재화(災禍)가 오구야 만다 이거거든.
종욕성재야. 욕심만 따르면 재화가 일어난다, 이건데.
그래서 내가 그 보광암에서 나이 17인가 20살 전인데 나이 16인가 17인가 난 어린놈이 쫓겨 나가던 생각하면, 참 마음이 좀, 그 마음이 쾌하진 않아.
그렇다고 해서 귀신이, 내 마음대로 그런 짓을 할 리는 없구.
그 사람이 마음이 변한 건, 내가 그 집에 있으면 자다가 혼침이 나니까, 그저 날 쫓아내서 나만 편해진 거지.
그래 천우신조(天佑神助)라. 이건 참 있긴 가끔 있어요. 내가 만주서도 왜놈의 총에 죽지 않은 건 그런 일이 가끔 있어. 그래서 나를 따르는 사람들은 다 무사해. 백두산까지 들어왔거든, 광복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