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문의 포토 갤러리>
火 + 水 + 木 + 金 + 土 ‘2400도로 빚은 신비’
- 자죽염
박상문기자
moonpark@munhwa.com
▲불꽃 정성 죽염을 만들기 위해선 대통 속의 천일염을 소나무 장작으로 섭씨 800도 이상에서 여덟 번 구운 뒤, 송진을 연료로 해 마지막으로 2400도의 고온에서 한번 더 구우면 된다. 마지막 아홉 번째를 굽는 노에서 화려한 불꽃이 일어나고 있다. 긴 불꽃은 조리개를 10초 동안 개방해 촬영했다.
대나무의 목(木), 소나무 장작의 화(火), 황토의 토(土), 강철의 금(金), 천일염의 수(水)가 결합해 나무도 흙도 돌도 소금도 아닌 전혀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진다.
다름 아닌 자죽염이다. 대나무 통 속에 천일염을 넣고 쇠로 만든 노(爐)에서 아홉 번째 구워져 나온 자죽염은 실제 자수정을 보는 듯 영롱한 빛을 띠고 있었다. 인산 선생이 말한 바로 그 ‘신약’이다.
조선 세종 때 간행된 ‘향약집성방’에서는 “소금은 맛이 짜고 따뜻하며 독이 없다. 흉 중의 담(가래)을 토하게 하고 급작스러운 복통을 그치게 하며 기골을 견고하게 한다. 눈을 밝게 하며 오장육부를 조화하고 묵은 음식을 소화시켜 사람을 강건하게 한다”고 했다.
이러한 소금을 대나무 통 속에 넣어 아홉 번 불에 구운 것이 죽염이다. 죽염은 민간의학의 하나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 왔는데, 의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인산 김일훈(1909~1992) 선생이 굽는 방법을 체계화하고 약효의 원리를 밝혀 처음으로 죽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환경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죽염은 웰빙 바람을 타고 건강애호가들로부터 한층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죽염은 인체의 여러 질병에 예방 및 치료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노화와 발암물질의 활동을 완화시켜 주고 갖가지 공해 독을 풀어주는 힘도 뛰어나다고 한다.
죽염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지리산 부근에서 3년 이상 자란 왕대나무를 사용하는데, 왕대나무의 마디를 잘라 만든 대나무 통 속에 간수를 뺀 서해안 산 천일염을 다져 넣는다.
그리고 깊은 산속에서 파 온 황토를 반죽해 대통의 입구를 막는다. 소금을 채워 넣은 대통들을 쇠로 만든 가마에 차곡차곡 쌓은 뒤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펴 굽는다.
약 5시간을 섭씨 800도~1000도로 구우면 대통은 재가 되고 소금은 녹으면서 굳어 하얀 기둥으로 변한다. 이 소금 기둥을 가루로 만들어 다시 새 대통 속에 다져 넣고 처음과 같은 방법으로 굽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여덟 번을 반복해서 구우면 소금은 흰색에서 점점 잿빛으로 색이 짙어진다. 마지막 아홉 번째 구울 때는 특수하게 고안된 노에서 송진으로 불을 때 2400도의 고온으로 급속히 가열해 용융처리한다. 이때 대통 속의 소금은 완전히 녹아 벌겋게 달아오른 노에서 용암처럼 밑으로 흘러내리게 된다. 흘러내린 소금이 굳어 돌덩어리처럼 되는데, 이것을 분말이나 알갱이 형태의 입자로 분쇄한 것이 죽염이다.
대통 속의 소금을 아홉 번째 구울 때 온도를 짧은 시간에 초고온으로 높이면 보라색 자수정 빛을 띤 자죽염이 탄생하게 된다. 인산 선생은 5000도의 고열로 뽑아낸 죽염을 최상의 죽염이라고 했다.
인산 선생의 수제자인 주경섭(38·동방대학원대학교 자연치유학과) 교수는 각고의 노력 끝에 자죽염을 만들어 냈다. 7년 동안 인산 선생으로부터 인산학을 배운 주 교수는 스승이 생전에 방법을 알고 있었으나 만들지 못했던 자죽염을 아홉 번째 굽는 과정에서 노의 온도를 2000도 이상으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 자죽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홉 번째 소금을 구울 때 송진을 뿌리는 폭발식을 도입한 것이다.
주 교수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원력입니다. 산화력이 크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고 환원력이 크다는 것은 인체에 이롭다는 뜻입니다. 자죽염은 최고의 환원력을 가진 식품입니다”고 말했다.
서울의 태릉 근처에서 도해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주 교수는 ‘의술을 독점하지 말라’는 스승의 정신을 받들기 위해 ‘도해(www.dohae.com)’에 들어가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나 쉽게 신약지식과 한의학정보 등을 접할 수 있게끔 웹 사이트를 만들어 놓았다.
자죽염 탄생 이렇게
▲ 지리산 부근에서 자란 왕대나무를 잘라 죽염을 구울 대나무통을 만든다.
▲ 준비된 대나무 통에 천일염을 다져 넣는다.
▲ 걸쭉하게 반죽된 황토로 천일염이 들어 있는 대통 입구를 막는다.
▲ 황토로 입구를 막은 대통을 쇠로 만든 가마에 차곡차곡 쌓는다.
▲ 소금 녹이는 ‘노’ 송진을 연료로 섭씨 2400도의 고온에서
마지막 아홉 번째를 굽는 동안 특수제작된 노가 발갛게 달궈지고 있다.
▲ 한참 구우면 대나무는 타서 재가 되고 소금은 하얀 기둥으로 변한다.
▲ 섭씨 2400도로 가열하면 소금은 순식간에 녹아 마치 용암처럼 흘러내린다.
▲ 용암처럼 흘러 내린 뒤 식으면 덩어리로 변한다.
▲ 아홉 번째 구워서 나온 자죽염 덩어리는 자수정처럼 영롱한 빛을 띤다.
▲ 자죽염의 탄생과정을 설명하는 주경섭 교수.
사진·글 = 박상문기자moon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