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양에서 재배한 토종홍화 -
홍화는 국화과(엉거시과)에 속하는 1년생 초본으로 흔히 잇꽃 또는 홍란, 홍란화, 황란, 자홍화 등으로 알려져 있다. 원산지는 이집트이며 중국 티벳지방에서 재배되고 우리나라에서는 현재(1990년 1월) 거의 재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홍화를 우리의 조상들은 다각적 방면으로 이용할 줄 알아 식용, 화장용, 약용, 술주조 등에 널리 사용되어 왔으나 홍화씨의 신비스러운 약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였다.
홍화의 약성은 온(溫)하고 독이 없으며 맛은 쓰고 황색소와 홍색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심(心)과 간(肝)의 2경으로 귀경된다고 하는데, 주로 부인병의 통경약이나 혈액장애시의 치료제로 쓰여왔다. 부인의 생리불순, 냉증은 물론 산전, 산후의 친통, 해열, 발한 등에 효과가 있으며 어혈을 소산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타박상으로 멍든 곳을 풀어주는 데 효과가 좋다고 한다. 또한 갱년기장애로 나타나는 동맥경화 등에 열탕에 우려 먹으면 효과적이라 하여 민간에서는 꽃을 사용, 베개를 만들어 풍증에 효험을 보았다 한다.
이와같이 홍화에 대해서는 한방 및 많은 문헌에 너리 알려진 약재이나 홍화씨에 대해서는 어느 곳에서도 알려진 바 없다. 신비의 약성을 지닌 이러한 홍화씨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김일훈옹의 저서<신약>을 통해서 비로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김 옹은 홍화씨가 절골(折骨), 파골(破骨), 쇄골(碎骨) 등에 영약이 된다고 하며 자세한 용법을 밝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홍와는 붉은 색이므로 파혈작용을 하나 근본이 목성정을 흥하여 화생된 약초이므로 파혈과 동시에 생혈, 보혈한다. 목기는 생기이기 때문에 홍화는 파혈과 생혈을 동시에 해내는 거악생신의 양약이다. 이 홍화의 기운이 뭉쳐서 씨가 되는데 그 씨는 뼈에 꼭 필요한 약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여기서 김옹은 "홍화씨의 약성분에는 백금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것이 뼈를 굳히는 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홍화는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이나 뼈가 연약한 임산부, 노인 그리고 과중한 일을 하는 노동자나 운동선수에게도 대단히 좋다.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 홍화씨를 자주 복용하게 되면 장생불사(長生不死)하는 금단(金丹)과 같은 영약이 될 수 있다고 김 옹은 전한다.
- 함양에서 재배한 월동홍화씨 -
다만 여기서 김 옹이 전하는 홍화씨의 신비한 약성은 토종일 경우이며, 수입한 홍화씨의 경우 그 약성은 반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수입종이라도 수년간 우리나라에서 재배한 것은 재배년수에 따라 그 약성도 점차 높아진다고 한다. 홍화는 우리나라 기후 풍속에 순응하여 한란에 관계없이 재배가 가능하나 최적지는 비교적 따뜻한 중부 이남 지방으로 꽃이 필 때에 비가 적게 오는 지방이 이상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질은 모래찰흙이 좋고 파종시기는 남부지방이 10월 하순부터 11월 상순, 그밖에는 1월 상순경이 적기아다. 파종후 자라난 홍화는 키가 1m 안팎으로 줄기가 바르며 윗부분에서 몇 개의 가지가 나누어지고 대개 6~7월에 황색꽃이 피는데 황색에서 차츰 붉어져 나중에는 암홍색을 띠며 1개월 간 개화한다. 홍화의 수확은 꽃이 핀 이틀 후쯤이 적당하며 여러 번 수확할 수 있고 사질토양에서는 연작이 잘 안되므로 한번 심으면 2~3년 쉬었다 심는 것이 좋다라고 하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므로 논에 보리대신 2모작하면 고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굳이 대규모로 재배하지 않아도 울타리 또는 밭가에 돌려가며 심어도 좋으며 가정에서 관상용으로 심어 상비약으로 쓰는 것도 좋다. 실제로 홍화는 그 탁월한 약성 못지 않게 화려한 자태를 지니고 있어 어떤 관상용 꽃보다 아름답다고 한다.
출처 : 건강저널 1990년 9월호
사진 : 이 정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