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의 원인은 바로 냉기와 과식이다
여기서 과식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지만 냉기에 관해서는 다소의 설명이 필요하다
흔히 말하듯 수족이 차다는 것을 느끼는 냉증만이 냉기는 아니다
밑은 차고 위는 더운 것이 ‘냉기’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육음육사(六淫六邪: 병을 일으키는 12요인)중에서 한사寒邪라는 것이 있다. 한방의 성서라고 부리는 『상한론』은 한사에 의한 질병의 형태와 그에 대한 대책을 상세하고 계통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한사가 다른 무엇보다 상한론의 저자 장중경의 시선을 끌 정도로 중요한 병사의 원인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한사’라는 문자가 가리키는 것처럼 저자는 주로 계절에 의한 추위에 주목했던 것 같다.
냉기를 한사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인체 상하간의 온도차 외에도 주거환경의 상하 온도차, 정신 상태에 의한 ‘냉기’, 식품의 성질에 의한 냉기 등도 대상으로 하려한다. 먼저 인체 상하간의 온도 차를 설명하려면 우선 하반신, 특히 발가락 끝부터 발목까지가 저온인데 상반신이 따뜻한 상태를 ‘냉기’라고 말하지만, 상대적으로 발 아래를 덥게 해도 상반신이 그보다 덥다면 그 또한 냉기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겨울이냐 물론 냉기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여름에도 냉기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은 데, 위와 같은 이유로 여름에도 ’냉기‘는 있다고 본다.
소위 말하는 ‘더위 먹음’은 육음육사로 보면 한서寒暑의 서에 해당되지만 발 밑이 차서라기보다는 일광 등에 의해 상반신의 온도가 높아지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아래가 차가워져서 일어나는 상태다. 또 흥분해서 머리로 피가 올라가면 머리는 덥고 발 밑은 차가워지는, ‘머리로 피가 올라가서 일어나는 냉기’상태가 된다. 즉 이 경우는 정신 상태에 의한 ‘냉기’인 셈이다.
이와 반대되는 경우도 있어서 발 밑이 차가워지면 상반신이 멍멍해지든가 얼굴이 붉어지고 ‘머리로 피가 올라간’상태가 되는 데 이때는 ‘냉기로 인해서 머리로 피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주거환경에서 오는 상하의 온도차 경우, 가장 쉬운 예로는 겨울에 난방을 했을 때 나타나는 실내의 온도차를 들 수 있다. 실내를 난방하면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얼굴과 무릅 높이 사이에서 섭씨 10도나 되는 온도차가 날 수도 있다. 당연히 냉기가 생긴다. 이러한 환경에서 겨울을 지낸다면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하겠다. 이런 경우는 선풍기 등을 사용해 공기를 순환시키면 상하의 온도차가 감소되고 불쾌감도 줄어든다.
음식에서도 냉기는 발생한다
식품영양학으로 유명한 사쿠라자와 이이치씨는 음식에는 음성과 양성의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음성 체질인 사람은 양성 식품을 많이 섭취하고 양성인 사람은 음성의 것을 취함으로써 건강을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요리 전문가 중에서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세밀하게 따져보면 다른 점들도 보이겠지만 기본 원칙은 같다.
음성 식품은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이 있고 양성 식품은 몸을 덥혀준다. 차게 하는 성질의 음식은 가열해 먹어도 역시 차고, 덥게 하는 음식은 차게 먹어도 덥게 해주는 그 속성을 유지한다. 도시 생활은 몸을 쉽사리 음성으로 기울게 만들고 또 냉기를 강화하기 때문에 음성보다는 양성 음식을 많이 섭취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음성의 것은 나쁘니까 전연 먹지 않고 양성의 것은 좋으니 그것만 맘껏 먹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그러다가는 몸을 악화시키고 만다.
좋은 것만 골라 먹으면 나쁜 것에 저항하는 힘이 몸에서 빠져나간다. 기계든 사람이든 사용하지 않으면 녹슬거나 굳어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폐용으로 인한 퇴화’라고 한다. 심해에 사는 물고기는 종유 동물의 곤충들 중에 눈이 퇴화해 없어진 경우는 바로 이런 예다. 그러므로 나쁜 음식도 조금씩 섞어 먹는 것이 몸에 좋다.
단팥죽의 경우, 설탕만 많이 넣었다고 맛있는 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설탕을 잔뜩 넣어 먹는 식습관도 곤란하다. 이 경우는 소금을 조금 넣으면 더 좋아지는데 소금이 설탕의 감미를 북돋우기 때문이다. 이것을 숨은 맛이라고 한다. 한방약 중에는 목표작용을 하는 주성분뿐만 아니라 그 반대 작용 성분 역시 소량 들어가 있어서 처음에는 그것이 의아했다. 그런데 이것이 약의 작용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서양의학에서는 순도를 높이는 것에만 주력할 뿐, 숨은 맛이라는 세련된 사고는 없다. 사고방식이 단순하기 때문에 효과에도 한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나를 찾아온 환자 중에 사쿠라자와의 식이요법을 열심히 철저하게 실행하고 있는데도 위의 기능이 개선되지 않는다던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너무 엄격히 하지 마세요. 무엇이든 80%정도로만 하십시오.”라고 당부하고 냉기 제거하는 법을 알려주었더니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
체표가 따뜻하고 내부가 저온인 것도 냉기
또 체표보다 몸의 심부가 저온인 경우도 냉기라고 한다. 이것은 피부가 달아올라 체내는 찬 상태로, 예컨대 술을 마셨을 때와 더운 목욕탕에서 어깨까지 담그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를 말한다. 술은 체표의 혈관을 확장시켜 따뜻하게 해주지만 음성 식품에 속하기 때문에 몸의 내부는 차게 만든다.
차가워지면 어떻게 되는가?
동양의학에서는 음과 양, 두 종류의 에너지가 체내를 순환하고 있으면 건강하다고 본다. 이 순환이 흐트러지고 정체 현상이 일어날 때 발병한다고 보는 것이다. 음의 에너지는 밑에서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을 갖고 있고 양의 에너지는 위에서 밑에서 내려가려고 한다.
그러나 음에너지는 찬 곳을 좋아하고 양에너지는 따뜻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발밑이 차져 있으면 음에너지는 발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고 양에너지는 따뜻한 상반신에서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지 않게 된다. 다시 말하면 에너지의 순환이 나빠지는 것이다. 혈액은 에너지와 함께 순환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의 순환이 나빠지면 혈액의 순환도 함께 나빠진다.
냉기 때문에 병이 생기는 구조를 대략 설명했지만, 그렇다고 냉기가 있다면 곧 눈에 보이는 병이 생긴다는 말은 아니다. 생물은 몸을 항상 정상 상태로 보존하려고 자연치유력으로 병적 상태를 고치게 하기 때문이다. 단, 이 능력은 냉기가 있으면 그 활동이 약화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
건강한 말과 소는 목초에 독초가 섞여 있어도 선별해서 먹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너무 배가 고프면 ‘먹고 싶다’는 욕구만으로 머리와 피가 상승해 냉기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이 능력이 약화돼 독초도 먹게 된다. 냉기가 없으면 나쁜 것은 먹지 않게 될뿐더러 필요 이상으로 먹는 일도 없어진다.
발바닥을 차게 하든가 그 외에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피한다고 생각하다가도 냉기 때문에 이 능력이 흐트러지면 발을 더욱 시원하게 하고 싶다든가 배부르도록 먹고 싶다든가 그 외에 건강을 해치는 일을 좋아하게 된다. 그렇게 하여 증강된 냉기는 자연 치유력을 약화시켜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역으로 냉기가 제거되면 ‘이렇게 심한 상태가 낫는다면 기적’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병도 자연치유력에 힘입어 정상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암, 모반, 아토피성 피부염, 대머리, 오래된 흉터 등 예부터 그 누구도 쉽게 완치되었다고 한 적이 없는 병도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