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지일록(山水芝日鹿)과 운학죽구송(雲鶴竹龜松)에 깃든 소리
거기에 내가 아까 산수지일록(山水芝日鹿)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뫼 ‘산’ 자의 해설이 아직 끝나지 않고 그만 잊어버렸지. 그거이 산에 있는 모든 곤충 미물이 전부 소리를 하는데, 산에서 나오는 소리는 음악에 다 넣을 수 없도록 많아요. 그래서
첫째 산이라. 거기서 흐르는 물이 또 그 다음이라. 그래 산수지일록에 대해서 사슴은 우는 것이 묘한 거 아니라, 사슴의 터러구[털]가 묘해요. 사슴의 터러구에서 바람 부나 안 부나 나오는 소리는 악보가 되고도 남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산과 록(鹿)이 되어 있어요. 산수지일록.
그 다음에 구름 ‘운’(雲)자. 이쪽엔 운학죽구송(雲鶴竹龜松)이라. 구름 ‘운’자고 소나무 ‘송’(松)자다. 소나무 ‘송’자 ‘운’자니까, 이런데. 구름 속에 왜 천지간에 없는 소리가 다 담겨 있느냐? 그거 우린 몰라도 악성들은 알아요. 그게 뭐이었더냐?
구름이라는 건 땅에서 올라오는, 증발되는 증기가 모아 가는 걸 구름이라고 하는데 거기에서는 필성(畢星)에 비 ‘우’(雨)자 스승 ‘사’(師)자, 필성에 ‘우사’(雨師)가 있어요. 우사가 있는데. 또 키 ‘기’(箕)자 기성(箕星)엔 풍백(風伯)이 있는데 구름 속엔 바람이 있어요. 그래서 풍백하고 우사가 만나는 소리를 악성들은 알아요.
이거이 뭐이냐? 우사, 필성에서 보내는 우사, 땅에서 올라오는 증기를 많이 모아 가지고 풍백하고 같이 가는데. 이분들은 이야길 해요. 구름 속에서 아무 동네에 가서 아무 성(姓) 쓰는 아무개. 아무개 이걸 싹 이번에 그 동네를 쑥 빼 버리고 죽여 버리자. 저희끼리 얘기 다 해요, 얘기 다 하는데.
우사를, 풍년 드는 풍년비는 우사고 흉년 드는 흉년비는 우마(雨魔)고. 바람도 훈풍으로 풍년 드는 바람은 풍백이고 사람 많이 가서 때려죽이는 바람은 풍마(風魔). 그래서 우사 · 우마, 풍백 · 풍마인데. 여기에 대한 비밀을 신통자(神通者) 그분들이 잘 알아.
그래서 난 어려서, 그분들 머리와 마음속에서 아는 걸 난 어려서 알고 있어. 그리고 그분들 만나면 그분들이 모르는 것도 일러줄 수 있겠지.
그러나 한세상은 가장 비참하게 끝나. 나는 완전히 비참하게 끝나기로 되어 있어요. 이런 데 오는 것도 내 마음은 쾌하지 않고. 여기에 와야 내가 최고에 가는 비밀을 이야기할 데도 못되고, 이야기를 한다고 그 필성의 우사에 대한 내용을 알 사람 있느냐 하면, 거 없어요. 또 풍백에 대해서 기성의 풍백인데, 풍백에 대해서 내용을 알 수 있느냐 하면, 없어요.
풍백은 우사를 만나 가지고 길흉을 좌우해요, 이런데. 그래서 태풍이라는 자체가 폭우가 와요. 그 풍마, 우마가 합성할 적에 이거이 작년인가? 이 부여 이쪽도, 많은 사람이 해(害) 받았지만, 농토도. 저 내가 살고 있는 지리산 근처도 많은 해를 받았어요. 나도 그놈의 우마 · 풍마에 농사지은 손해를 많이 보았지. 그래서 나는 그걸 잘 알지만 내가 필성하고 기성을 좌우할 힘이 없어.
일단 육신을 가지고 있으면 신(神)이 될 수 없어, 육신으로 끝나야 돼. 그래서 육신 버리면 신이지마는, 육신 버리면 필성에 가서 우사도 호통할 수 있고 기성에 가서 풍백도 호통할 수 있겠지. 사람으로 있으면 안돼요. 건 한 고깃덩어리라.
그래서 옛날 그 악성(樂聖)들 머리속에는 땅속에서 올라오는 소리, 물속에서 올라오는 소리, 물속에 우리는 몰라도 물속의 고기들은 저희끼리 다 신호해요. 거기서 나오는 소리를 다 아는 양반들이 악성들이라.
이런 악성들의 위대한 지혜를 세상이 알아주느냐? 그러니 그 양반들이 시름 달래기 위해서 그런 거나 하고 세월 보내요. 박연 선생님은 다행히 악보를 세상에다 하나 저서(著書)했지요, 이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