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바로 아래 있는 법계사(法界寺)에 가보니까 산신(山神)과 천왕(天王)할매
함께 모셔놓고 있습디다.
*할아버님
중놈 보고 뭐라 그래버리지. 남녀가 유별한데 어찌 여자 남자 한방에다 둬.
*할매는 늙은 여자인데 처녀로 젊게 화상을 그리고 산신은 할아버지 그대로 그려 놓았어요?
*할아버님
할머니지만 여자는 늙는 걸 싫어하니까 젊게 그리는 거지 뭐. 싫어하는 걸 굳이 그럴 거야 있나.
과거보러 가는데 서울 다 와가지고 과천서 자는데, 밤에 꿈에 그네를 타는데
한쪽 줄만 끊어졌다, 툭 떨어졌는데. 떨어졌으니 낙방이구나, 도로 내려가자.
그 얘기를 객점 주인한테 했거든. 주인댁이, 올라가시오, 노자 모자라는데, 떨어질 거 올라가면 뭘해요.
내가 댈 테니 어서 가시오, 떼먹으면 어쩔라우?
내가 여기 객점하니, 급제하고 내려올 때 까닭을 일러드리지요.
과연 도장원 급제다, 내려올 때 들리니 그네는 두 줄인데 한 줄이 남았잖아?
한 줄이 급제할라고 그러는 거, 그러고 또 뭐…귀신같이 일러주드래, 객점주인댁이.
그런데 원래 해몽 잘하는 할머니, 이성계가 설봉산에 해몽하러 갔다오다가,
해몽하는 할머니 찾아갔는데, 이성계를 보더니 난 해몽 못하겠소, 다른 데 찾아가시오.
이 안에 들어가면 설봉산 밑에, 삼방 석왕사 우에, 올라가면 석굴이 있는데, 8만대장경만 외는 중이 있는데,
덮어놓고 살려달라고 절만 하시오.
그게 무학대사인데, 그래 이성계가 찾아가 밖에서 절만 하고 있는데,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이성계가, 정 이렇게 냉대하면 목을 치겠노라, 그래 무학대사가 어떻게 왔느냐고 물어,
해몽하러 왔다니까, 해몽은 이 앞에 해몽하는 할머니 따로 있잖소?
갔더니 자기는 못하겠으니 이리 가라고 합디다. 꿈 이야기 해 보시오.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석가래만 3개 달랑 지고 나왔소. 나오는데 닭우새끼들이 꼬기오 하고 웁디다.
또 사방에서 꽃이 송이송이 떨어딥디다. 석가래 3장 지고 나온 건 임금왕(王)자요,
닭이 고귀(高貴)오 하고 울었으니 왕(王)이 되는 건 틀림없소.
꽃 떨어지는 건 낙화이종내어실(落花而終乃於實)이라 그러니 고려는 이제 망했소.
고려는 다 쓰러져가는 집이오. 인제 내려가시오.
일러주고는 황해도 신기 곡산 고달산 속에 들어 가버렸어. 그래 이성계는 고대로 했는데,
왕이 되어 무학이를 만나야겠는데 깊이 숨었으니, 8도에 화상을 그려 돌렸다,
고달산에 그렇게 생긴 중이 있다, 황해감사가 평양감사하고 의논해서 모시고 가자는데 말을 안듣거든.
그래 이성계가 직접 와서 모시고 갔거든.
그 할망구가 자기는 도읍지도 잡아줄 수도 없고 자긴 왕사(王師)가 될 수 없거든.
그래서 무학대사 찾아가라고 일러줬는데. 그걸 보면 좀 소견이 있는 여자는 달라요.
쥐잡는 고양이 재주도, 재주는 재주라. 그 전에 손보살은 순전히 독갑이라,
함양의 박광태(박재현;호는 齊山)보단 훨씬 나아요.
박태준이는 거기 미쳐버렸으니가, 아주 미치광이 놈이 있어. 한번에 백만원을 받아요.
나한테 온 걸 욕했더니 안와. 원 집이 서상박가야. 독갑이 붙어가주고 마귀장난 해요.
오늘 누가 무슨 일로 온다는 걸 알고 있거든.
독갑이 이보(耳報)지. 사람이 찾아오면 말하지도 않는데 당신 오늘 나한테 무슨 일로 왔소,
하면 사람들이야 탄복할 거 아니오? 사기 당할 만한 재주지.
독갑이 물러가면 산에 가서 빌어서 도로 붙여와. 독갑이는 아무것도 몰라요,
미래는 캄캄하고 원래 독갑이가 그런 거 아니오?
안다는 건 오늘 누가 뭣 때문에 온다는 그 정도지, 거 무슨 써먹을 데 있어요?
그런데도 사람 많이 찾아 가, 우엔가한 도의원 정도는 가도 만나도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