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
그런데 나라를 일으키는 데 종교가 필요할 때도 있잖습니까?
할아버님
안돼. 임란때 사명대사 같은 이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근본적으로 효도를 앞세우는 대학자야.
학자가 중 돼가지고, 그래 수염은 안깎는다 이거지, 머리는 깎아도. 삭발은 도진세라고.
내가 머리 깎아 가지고 이 더러운 세상 피할 수 밖에 없다고, 존염은 표장부라, 난 대장부로 기 때문에
수염은 안깎는다, 그가 중 돼 가지고 한 말이야.
다 깎읍시다, 아니다. 절대 안된다, 난 대장부다. 나는 너 같은 중이 아니다. 그래서 서산대사도
사명당을 아주 훌륭한 인물로 상대해 주잖아?
서산대사고 사명당이고 그분들이 나라에 충성한 건 유가의 바람이고. 불가에선 세속인연 끊으라
그러잖아? 원효는 부모 처자에 대한 애착심을 버리라 했어. 생각해 봐! 어머니에게 애착심을
버리는 중이 나라에 애착심 있겠나?
사명당 같은 양반은 중이 됐지만 유(儒)의 정신을 고대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강화조약의 대표로,
책임자로 갔잖아?
생각해 봐, 부모 모르는 인간이 나라를 알겠나? 힘을 다해서 벌어 먹이다가 적국이 쳐들어
오면 부모 처자 지키는 게 사람의 도리. 그런데 어떻게 사람의 도리를 버리고 부처 되겠다고 하나?
원을 해서 환도인생 했으면 사람의 도리를 해야지. 걸 버리고 딴 데 미치면 뭐가 이뤄지겠나?
거 망하는 거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