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홍화와 홍화씨
관절염`골다공증 예방`치료에 도움…어혈 없애는 작용
대부분의 사람들은 홍화를 뼈를 좋게 하는 약재라고 여긴다. 오래전부터 홍화씨는 뼈와 관절염, 골절, 골다공증에 좋고 어린이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확대 해석돼 차 등으로 음용되고 있다.
홍화(紅花)는 7, 8월쯤 황색에서 홍색으로 변할 때 따서 음지에서 건조한다. 이집트가 원산지이며, 한국과 중국 남부지방에서 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후에 잘 맞아 전국적인 재배가 가능하며,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잘 자란다.
홍화는 예부터 한약재와 염색재료로 많이 쓰여 온 식물로, 꽃잎(홍화)과 씨앗(홍화자)이 약재로 쓰이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감싸는 포를 물들이는 데 사용했으며, 우리나라 여성들도 홍화로 물들인 속옷을 입었다고 한다. 전통혼례 때 신부 얼굴에 바른 연지곤지도 홍화로 만든 것이다. 이와 같이 홍화는 약재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에 이롭게 사용돼 왔다.
한의학에 따르면 홍화는 소량을 사용하면 혈을 잘 순환하게 하고 경맥을 원활하게 소통시키고 통증을 멈추게 하는 작용을 한다. 대량을 사용하면 혈을 파괴하고 어혈(瘀血`체내의 혈액이 일정한 자리에 정체돼 노폐물이 많아져 생기는 한의학상의 병증)을 없애는 작용을 하며, 임신부가 먹으면 낙태한다고 한다.
주로 한방에서는 처방할 때 소량을 사용하며, 오랜 기간 사용하는 약재는 아니다. 주로 어혈로 인해 월경(月經)이 갑자기 나오지 않거나, 복부의 종양이 있거나, 출산시 난산이거나, 산후 자궁 내 오로(惡露`해산 후 음문에서 흐르는 액체)가 잘 나오지 않아 복통이 생기거나, 생리통이 심하거나, 신체에 타박상 등이 있을 경우 쓰이는 약재다.
홍화씨(紅花子)는 홍화의 열매로, 껍질이 아주 딱딱하고 납작하며 색이 희다. 그래서 백평자(白平子)라고도 한다. 홍화자는 한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약재는 아니다. ‘중약대사전’(中藥大辭典)에 따르면 혈을 잘 순환하게 하며, 독을 푸는 작용이 있다.
몸에 난 부스럼이 잘 치유되지 않거나, 여자들의 복통`생리통에 사용한다고 언급돼 있다.
약리학적으로 보면 홍화씨는 리놀산과 같은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심혈관계 질환이나 콜레스테롤이 높을 때 쓸 수 있으며, 칼슘과 마그네슘, 칼륨 등의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어 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한방에서 홍화와 홍화씨는 어혈로 인한 자궁질환이나 신체의 타박으로 말미암은 통증성 질환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혈액순환을 좋게 해 통증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홍화씨는 구성물질로 보면 뼈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한의학적 논리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사실과는 상반된다. 예를 들어 골절이 되면 그 부위에 어혈이 생긴다.
이때 어혈을 없애줌으로써 접골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 이것이 직접 뼈세포에 작용하는 것은 아닌데도 와전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홍화씨는 매우 단단하기 때문에 분쇄기로 밀가루 분말처럼 만든 후 사용해야 한다. 지방(홍화유)이 많아 소화기가 약한 사람이 먹으면 소화불량으로 속이 더부룩하고, 장이 약한 사람은 설사가 일어날 수 있다.
홍화씨는 공기와 접촉하면 맛과 색이 변하고 불쾌한 냄새가 날 수 있어 보관할 때 주의해야 한다. 홍화와 홍화씨는 약의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임신부와 위나 장의 염증이나 궤양이 있거나, 몸이 허약한 체질, 출혈성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복용하면 안 된다.
좋은 약도 함부로 쓰면 오히려 몸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