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도해닷컴 공식 오프모임이 경남 함양에서 진행되었다. 부산등지에서는
진작에 도착하신 모양이다. 그러나 서울 도해한의원에서는 진료를
마치고 출발하게 된데다가 차까지 밀려, 일정보다 많이
늦어졌다.
해가
저문지는 이미 오래, 차에서 내렸을 때 시야에 들어온 무쇠솥,
장작, 음식등을 보며 먼저오신 분들의 노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먹고 일하겠다는데 누가 말리랴? 쌀이
동동뜨는 막걸리 한잔 쭉 들이켜 목을 적시고 소나무장작불에
구운 생고기를 상추,깻잎, 통통한 고추와 함께 한입
쏘옥~ 그리고난 후 작업에 참여하려 했지만, 할거 없단다.
불만 지키면 된단다.(미안합니다)
무쇠솥을
보아하니 뽀~야ㄴ 사골국 같다. 가셍이는 벌써 가루화 되었고,
가운데에는 희뿌연 속치마가 펄럭이듯 백반이 끓고 있다.
백반 원석을 끓인 지 6여시간이 지난 상태다.
오늘은
밤을 새야 하기에 시간이 많다. 한쪽에선 족구를, 또 한쪽에선
장작불에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눈다.
"오늘
우리는 난반을 만들러 왔어요. 아프지도 않은 분들께서
왜 난반을 복용하려 하시나요?"
도해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진다.
"모든
병의 근본은 온도부족에서 옵니다. 나이가 들어 대기로
나가는 화기(온도)가 들어오는 온도를 앞지르면, 만병이
싹터오기 시작합니다."
오호라
그래서 할아버지는 40이후로부턴 누구도 뜸을 떠야 한다고
했구나!
"그치만
뜸은 죽었다 깨나도 싫다는 사람들은 어찌해야 할까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죽염과 난반을 함께 복용하면 되죠."
"100%난반은
토법할때만 복용하지요. 그 외엔 보통 죽염과 난반을 함께
복용합니다. 일대일로 섞어서 찹쌀캡슐에 담아 먹죠. 여기서
문제, 왜 난반을 죽염과 함께 먹을까요?"
순간
할말을 잃었다. 그러고보니 그 둘은 왜 함께 복용하는 걸까?
무심코 먹으면서도 왜 그리 먹는지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건
바로 죽염의 부족처인 ‘온도’를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난 말꼬리를 붙잡고 시비다.
부족처란
건 모자란다는 건데, 그렇다면 죽염에도 온도가 있긴 있단
말야?
"죽염을
만지면 차갑잖아요... 근데 그건 차가운게 아니예요."
첨에
이런 소리를 들었을 때는 말장난 하는거 같았다. 만지면
차가운데 안차갑다고? 그러나 끝까지 들어보면 무릎을 탁!
치게된다.
"죽염을
구울 때, 몇 백도의 온도에서 수차례 굽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9번째 가서는 수천도(현재까진 1600도 정도)까지
열이 가해지죠. 그럼 그 열이 어디로 갑니까? 소금속에
들어있는 백금성분이 머금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자그마치 800~900여도에서 굽는데, 그것도 8번을 반복합니다.
그럼 그 온도(火)가 다 어디 갑니까?"
아~
그럼 외국인들이 의아해하는 우리나라 말 중, 뜨거운 북어국같은걸
마시면서 ‘아! 시원하다’ 그러는거 (육개장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북어국은 화기를 식혀주는 여성정기운을
머금은거니까 어찌보면 매우 과학적인 말인지 모른다?
정리하면,
5신합성체인 죽염에도 부족한게 있으니 그것이 화(火)인데,
그 火를 머금은게 바로 난반! 서로가 서로의 부족처를 챙겨주니
천생연분이로소이다.
이런
질문도 나왔다.
‘할아버님께서
궂이 함양을 택한 이유가 뭡니까?’
누구도
궁금해할 법한 질문이셨다. 나도 이게 젤 궁금했다. 왜
함양일까? 그런데 도해선생님은 딴지를 건다.
"그
깊은 뜻을 제가 어떻게 압니까?"
너털웃음을
지으시더니 말을 이으신다.
어찌보면
그처럼 잼없는 질문도 없을거라며 할아버님같은 분은 어디에
계셨는지가 중요치 않다고 했다.
우리눈에
태어나셨다가 돌아가셨으니 왔다간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오고감을 초월하신 어른이라 했다. 색이 공이고 공이 색이듯,
유형무형이 의미없는 각자, 그러한 大明.....모든건 조건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조건에 의해 흩어지는 그냥
삶, 그냥 자연! 공기중에 녹아있는 무한한 약성분자를 인신에
합성할 수 있는 원리(대명의 씨앗)을 인류에 심어주고 가신
분.
"힘껏
숨을 들이켜보세요. 지금 여기 공기중에 녹아있는 약성분자를
가장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이가 누구일까요? 그건바로
여기 계시는 분들중에서 가장강한 사람입니다."
약성은
약성을 부르고, 독은 독을 부른다.
우주와
우리는 하나, 당신과 나도 하나, 우리 모두는 하나.
"할아버님
같은 분께서 뭐가 아쉬워서 이런 곳에 왔겠습니까? 할아버님께서
말씀하신 것들은 ‘어떻게 알았을까?’가 아닙니다. ‘오죽
답답하셨으면 이땅에 오셨을까’라고 해야 맞는 겁니다."
"그분의
최고 가르침은 ‘영구법’이죠. 곤이지자가 생이지자가
되는 법이니까요. 저 또한 함께 배워가야 할 뿐입니다."
18년간
뜸뜬 분도 공부중이라는데 뜸 몇장 떴다고 기고만장했던
나, 각종신약개발을 해왔던 분도 연구중이라는데 사리장
몇병먹구 사리찾던 나, 7여년간 인산할아버지밑에서 수학했던
분도 정리해야할게 많다는데 신약본초 몇 번보구서 다 아는척
했던 나.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었다.
"모든건
‘조건’에 의해 만들어져요. 우주는 화*수에 의해 조건지어지고,
지구는 지*풍까지 합쳐져서 지*수*화*풍의 조건이 되지요.
제 아무리 사스같은 것들이 퍼져도, 내가 받아들일 조건이
되어있지 않다면, 사스는 비켜나갈 수밖에 없어요."
"인산의학은
기본적으로 예방의학입니다. 죽염을 먹어라, 밭마늘을 먹어라,
명태를 먹어둬라... 그 모두 먹어두면 조건이 생기지 않는다는
거죠."
같은
말씀 계속하시는건 아닌데, 그말이 그말같다. 원리가 꿰어지는
뭔가 있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다음
오프모임때는 무얼할까요? 많은 분들이 하고 싶어하시는
것 중 하나가 사리장이죠..."
순간
뜨끔 --+ 사리장 얘기만 나오면 눈빛이 변하시곤 하는 분이시니,
오늘 밤 다샜다. ^^‘
"사리장은
항아리에서 꺼냈을 때 최소한 염도가 24도는 되어야합니다.
끓일 땐 27도는 되어야죠."
"그
정도 염도가 되려면 죽염을 부어야겠네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부어야
합니다.그것도 아주 한참을 부어야 합니다! 그 과정을
보신 분들이 지금까지도 계속 사다 드십니다. 그러니까
경험만 얻어가세요. 그러면 됩니다."
언제나
그렇듯, 사리장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열변을 토해내시곤
한다. 먹이를 잔뜩 굶주린 야수처럼, 재미있는 놀이를 발견한
아이처럼, 사리장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언제나 흥분하신다.
"잘
모르는 분들(간장 생각하시는 분들)은 염도가 그렇게 높으면
종균의 숙성이 안된다고 하시는데... 아니예욧!! 그래서
사리장은 간장개념으로 봐선 안된다는 겁니다. 할아버님께선
도태장이라고도 하셨어요. 도태장! 오랫동안 먹으면 척추뼈
사이사이에서 사리가 만들어져요."
"그런데
사리장이란게 간장맛이 나죠.... 짭니다. 그러니 내논게
진짜 사리장인지, 아님 그냥 비싼 죽염대신 소금만 넣은
간장인지 알게 뭡니까? 그럴 때 사리장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방법은 있어요. 절대! 맛으로는 구분이 안갑니다.
그건 저승에서 장금이가 살아나온다 해도 안돼요. 구분
못하게 되어있어요.(구별 방법은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정말로 자기가 만든 사리장에 자신 있다면 혈관투여를 해보라고
하세요. 소금넣은 간장(무늬만 사리장)으론 절대 죽거든요.
물론 원액을 넣으면 안되고, 희석시켜야죠. 피가 탁할수록
충격이 큽니다. 까무러치죠. 실제로 죽은 사람도 있고요." (무섭다--+)
‘"사리장에
대한 임상자료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어요. 그야말로 만병通치!!
여기서 통은 모든 병에 두로 통한다는 겁니다. 사리장에다
녹반을 가감하면 백혈병, 골수암 환자에게도 쓸수 있고....."
녹반은
인류 마지막 암약이라고 하셨던 할아버님 말씀이 떠오른다.
대체 신약의 세계는 그 끝이 어디일까. 얼마나 더 많은
보물을 캐야하는 걸까.
"앞으로
사리장 하나만으로도 수백, 수천가지 자료가 나올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더좋은 죽염, 더 좋은 유황오리 등 최고의
것들을 모으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책에
있는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던 도해선생님 말씀.
모든 단방은 사리장으로라는 구호를 외치시는게 결코 허언은
아니지 싶다.
스루스루
잠이온다싶어서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넘었다. 몇몇 분들은
끝까지 불을 지키신다 하셨고 몇몇은 눈을 붙였다.
시골에
오면 새삼 깨닫게 된다. 별이 참 이쁘다는거.... 나와 별과의
거리가 참으로 멀게 느껴진다. 손을 뻗으면 곧 닿을 것
같다가도 끝을 알수가 없는 별과 나....할아버지께서 열어놓고
가신 신약의 세계도 저 별만큼이나 매혹적이지만 다가가기엔
너무 멀게 느껴진다.
그
다음날, 아침부터 분주하다. 솥에 있는 불을 최대한 뺀후,
법제된 백반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모종삽으로 긁어도
안떨어지는 덩어리 때문에 고생 좀 했다.
팀이
나눴다. 몇분은 법제된 백반을 갈고(검게 그을린거, 무쇠가
떨어져 나간것도 떼어줘야 한다.) 몇 분은 다시 백반을
굽고, 몇 분은 식사준비를, 나머지는 계란작업을 했다.
먼저
백반, 그을음 때문에 덮어둔 뚜껑을 열어보니 두층으로
구별이 되었다. 밑에 있는(스티로폼닮은)층은 상품上品이라
그대로 써도 되지만, 위에있는 층은 다시한번 구워줘야
한다. 그것도 반드시! 뒤집어서 구워야 한다. 표면층-가장
열이 전달되지 않은 층-을 무쇠솥바닥으로 깔리도록 해줘야
한다는거다.
"구멍난건
다 빼셔야 합니다."
카스테라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건 열이 덜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다시
구워야 한단다. 음식을 만드는데 있어서 재료가 중요한데
하물며 약은 말할 것도 없다.
난반만들땐
오골계계란이나 유정란을 쓴다. 신경 써서 체크해야 할게
많다. 무정란은 절대 안되고 유정란만 쓴다. 닭은 사육한
것 보단 방사하여 키운 것을 써야 한다. 요모저모 따져봐야
한다. 까탈스럽게 따져봐야 한다. 안싱싱한거 쓰면- 난반
품질도 품질이지만,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야 할 때 몹시
불리해진다. 섞여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분리기계도 나왔다하니, 그걸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몇
백원 정도 한다고 했다. (걸 몰라서 그 고생을 했지 ^^)
난반의
출생지도 몹시 중요하다. 요즘은 거의 화학백반을 쓰는데
우리 도해닷컴에서는 천연백반을 썼다.
위생도
많이 신경 써야 한다. 다른 과정도 위생적으로 해야 하지만
특히 계란 작업할 땐 더 그렇다. 먼지도 최대한 털어야
하고, 물기도 없어야 한다.
무쇠솥에
물기가 있어선 안된다. 밀가루에 가까운 난반이 물에 닿으면
돌처럼 딱딱하게 굳는다. 이렇게 되면 망한거다.^^;
다시법제가
들어간 백반을 들고서 분쇄하는데 따라가 봤다. 제법 자갈같이
된 백반을 롤러속에 넣으니 가루가 되어 나온다. 50목정도로
성글게 그담에 150목, 그담에 180목, 200목... 최대한 입자가
곱게 해야 한다.
‘달달달달달달’
기계가
돌아갈수록 시야가 뿌옇게 가려진다. 몽환 속에 취해버릴거
같다. 목이 메인다.
밖에
나가보니, 무쇠솥을 씻는데, 핏빛이다.
어라?
웬 피지? 솥은 새까만데 솥에서 흐르는 물은 짙은 붉은색이다.
‘저게
차력약이죠’
무쇠에서만
나올 수 있는 신철분이라하는데, 그냥 먹으면 큰일나고^^;
법제를 해야 한단다. 무쇠에서 밥하면 철분섭취가 필요없고,
아궁이에서 밥하면 대하가 필요 없다는 상식도 다시 한번
짚어주셨다.
백반만으로도
쓸모가 많단다. 피부병, 회충 등에도 쓸 수 있고, 화장품에도
쓴단다. 그런 좋은 백반이 흰자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주위를
둘러보니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얼추 끝났다. 밤새도록
준비해온 백반이 마지막 공정만 남겨두고 있다.
솥이
다 말랐을 무렵, 분쇄팀이 나오셨다.
백반담긴
통이 엄청 무거워 보인다. 힘들게 가지고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호통이 떨어진다.
‘퉁
하고 놓으면 어떡해욧! 가루가 뭉쳐져 버리잖아요’
백반가루는
갓 태어난 아기 다루듯 살살 다뤄야 한다고 한다. 충격을
주면 입자가 뭉쳐지기 때문에 발열이 잘 안된다고 한다.
도해선생님이 바짝 긴장하셨다.
분쇄된
백반, 흰자, 물기없는 무쇠솥이 준비되자 작업이 시작된다.
이제 흰자를 섞기만 하면 된다. 오늘의 선수는 유현재님,
박기원님이시다.
"버무릴때
잘해야 해요. 빨리 저어야 해요! 흰자와의 비율은 전적으로
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요."
바짝
마른 무쇠솥에 백반을 부어야 한다. 전체의 2/10만 남기고
나머지 8할은 부어야 한다.
"순서는
알죠?"
텅빈
무쇠솥에서 연습하시던 유부장님, 끄덕이면서 부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먼저 가운에에 골을 판 뒤 고 구멍속으로
흰자를 붓는다. 흰자가 적정한 비율로 섞이자 아껴뒀던
2/10백반을 마저 부었다. 법제된 백반과 흰자를 섞을 때,
원래는 유부장님 먼저 섞고 힘들면 박총무님과 교대로 하기로
했는데 막상 시작을 해보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빨리
빨리를 외쳤지만, 혼자서 너무 버거워 보이신다.
이건
시간싸움이다. 풀풀 휘날리는 가루 때문에 앞이 안 보이는데도
온몸을 던져 열심히 휘저으시지만, 발열되는 속도를 따르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안되겠어!
박기원님 합류해!"
두분의
땀방울을 옆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좋은 난반이 아니나올 수 없다.
그
커다란 무쇠 솥에 가득담긴 백반이 얼추 섞이자, 발열이
되기 시작한다. 처음엔 따스하더니 금새 온도가 오른다.
"이때
빨리 손가락들 넣어봐요. 이온도예요."
언덕처럼
소복이 쌓인 난반에 손가락을 넣어보니 안쪽서부터 서서히
발열되어옴이 느껴졌다.
무쇠솥뚜껑을
덮고서야 모든게 끝났다.
어려운
고비는 모두 넘겼다. 힘들었지만, 뿌듯했다. 마지막으로
'난반‘을 분쇄하니 모든 일정이 끝났다. 모두들 피곤할법
한데, 마지막 청소까지도 열심이다. 그래서 알았다. 우리
모두는 마지막까지 함께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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